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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Nov 08. 2018

성경 읽기도 책이 될까요?

생각의 나이테와 두 명의 예비 작가

제주의 한 도서관에서 책 쓰기 특강을 10회차로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성경을 독실하게 읽으신 분의 성경 에세이가 독특하면서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미 출판사와 논의까지 했다가 덮은 원고였지만 원고 상태가 아직은 무르익지 않았습니다. 아직 그 분은 편집의 언덕을 지나친 것 같았어요.


저는 영화 <지니어스>를 함께 보며 편집의 세계로 안내했습니다. 그리고 메모 읽기를 권했습니다. 어떤 글이든 성경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성경이 그 분의 몸을 빌린 것이지, 그 분이 성경을 빌려서 진심을 전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경의 구절을 하나 쓰고 거기에 생각을 덧붙이는 훈련을 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그 분와 연락이 뜸해졌지만 안부를 물어야겠어요.

그리고 또 한 분을 만났습니다. 문학 고전 수업을 받으시는 한 어머니. 경기도에서 입시설명회를 줄기차게 따라더니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제주로 오셔서 인연이 이어졌습니다. 1만명 중에 한 명 만날까 말까 하는 소중한 인연인 까닭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고 기꺼이 제 말을 자기 자신에게 반영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여러 개의 녹슨 장벽을 부쉈습니다. 따님의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었기에 몰래 물어봤어요. "엄마가 좀 바뀌신 것 같아?" 따님의 답변.


잔소리가 확실히 줄어드신 것 같아요.


이 분은 책 쓰는 일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셨지만 저는 내면의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을 보았습니다. 그 분께도 메모 독서 방법을 전해드렸죠. 마침 성경을 읽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성경 구절 중에서 하나를 골라 베껴쓰고 밑에 떠오른 생각을 쓰라고 했죠. 이것이 바로 생각의 나이테입니다. 나이테가 여러 번 감기면 작가가 태어날 것입니다. 저는 이 분에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왜 다른 사람 작가 만드는 데 이렇게 공을 들이냐고요? 제가 그 일을 하는 사람이고, 무엇보다 그분들의 글이 저보다 힘이 세니까요. 저는 작가들이 비상하기 전에 구름판으로 쓰는 활주로가 되고 싶어요. 잊지 마세요. 메모 독서는 생각의 나이테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느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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