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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Nov 06. 2018

우리가 몰랐던 일곱 가지 논어 이야기  

볼테르, 라이프니츠가 공자에게 열광한 까닭

1. 공자님 말씀은 교훈적이고 고리타분하다

계강자가 들끓는 절도 사건 때문에 공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공자가 답변했다. "당신이 탐욕을 거둔다면, 비록 상을 준다고 하더라도 백성들이 절도하지 않을 것입니다."(안연 편)


이 말은 그저 그런 공자님 말씀 같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했던 상황에 대해서 조금만 생각해 보면 대단히 무서운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계강자는 노나라의 제1가문인 계씨 집안의 후계자입니다. 실권으로 치면 왕보다 강했습니다. 제1권력자에게 탐욕스럽다고 비난했고 매서운 말로 무안을 주었습니다. 천하의 공자라고 하더라도 신변이 안전할 수 있을까요? 공자는 윗사람 눈치를 보지 않았고, 뜻도 굽히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권력자들로부터 견제와 모욕을 당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말이 교훈적인지 교훈적이지 않은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시대를 살아내기도 바빴을 테니까요.



공자의 학당은 시스템이 훌륭한 대학교와 비슷합니다. 문헌을 발제로 해서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2. 공자는 복고주의자다

흰 베로 짠 관을 쓰는 것이 예법이지만 요즘은 검은 비단을 사용한다. 요즘 유행이 검소하므로 나는 이것을 따른다. 군주에게 절할 때는 당 아래에 내려가야 하는데 요즘은 당 위에서 절을 한다. 이것은 오만한 행동이므로 나는 유행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자한 편)


공자는 복고주의자이기 이전에 합리주의자입니다. 옛것을 좋아하는 것 역시 자신의 합리주의에 맞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만약 주공만한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교만하거나 인색하다면 별볼일없다"(태백 편)라고 말합니다. 복고주의의 상징인 주공에 대해서도 합리적 조건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공자의 합리주의는 서양 사람들이 좋아했고 많이 수입했습니다. 공자를 복고주의자라고만 하면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죠.


3. 논어는 춘추시대부터 전해오던 경전이다

논어는 경전이 아니었습니다. 제자백가의 책 중에서 앞머리에 드는 책이니 '자서(子書)'라고 부릅니다. 논어가 권위를 얻은 것은 한나라 이후부터이며, 송나라 주희에 의해서 맹자, 대학, 중용과 함께 사서(四書)로 분류되며 비로소 경전 대우를 받았습니다. 《논어, 세 번 찢다》의 저자인 리링 베이징대 교수는 경전으로 읽지 말고 자서로 읽으라고 조언했습니다. 경전의 무게감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말들을 레고 조각처럼 모아서 읽는 것이 훨씬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입니다. 논어를 경전으로 보기 시작하면 대화가 끊깁니다.


4. 논어는 공자가 썼다

공자는 동양의 소크라테스와 같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쓴 책은 하나도 없지만 제자 플라톤의 기록이 있었기에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공자에게는 다행스럽게 플라톤 같은 기록자가 여럿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버전으로 공자의 목소리를 볼 수 있으니 생생하고 뜻 밖의 장면도 얻을 수 있습니다. 공자는 자신의 말이 책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논어는 '썼다'는 것보다 '엮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자의 말과 행동을 제자와 손제자에 걸쳐서 100년 남짓 동안 엮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논어 최종본은 '장우'라는 인물이 엮었습니다. 당시 임금인 성제의 스승까지 했고 벼슬이 ‘안창후’에까지 오르며 정치적 지위와 학문적 권위를 갖춘 인물

이었으므로 당시 학자들 사이에서는 "《논어 》를 배우려면 장우의 논어를 읽어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왕망이 한나라를 멸하고 신나라를 건국했을 때 힘을 보태 반역자라는 악명을 얻었습니다. 논어 17편 양화 편에는 세 명의 반역자(양호, 필힐, 공산불요)가 나오는데, 공자는 이들의 초청에 응하려고 하다가 자로 등에게 좌절됩니다. 청나라 고증학자 최술은 장우가 의도적으로 논어에 세 반역자를 삽입했다고 비난했습니다. 공자도 마음이 흔들렸는데 나라고 배길 수 있겠어 하는 메시지를 은근히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5. 학이시습지는 학문의 즐거움을 뜻하는 말이다

"(1) 배운 것을 부지런히 익혀 나의 앎이 되었으니 기쁘지 않은가?
(2) 같은 뜻을 품은 벗들이 먼 길을 찾아오니 즐겁지 않은가?
(3)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조롱당해도 우울증에 빠지지 않으니 이것이야말로 군자다움 아닌가?"

공자는 30년을 목표로 세우고 공부를 했습니다. 그 세월을 버틸 수 있는 제자가 얼마나 있었겠습니까? 3년 정도 배우면 다들 취직 걱정을 해서 공자가 한숨을 쉬는 장면도 나오고, '군자가 이렇게 곤궁해도 되는 겁니까?'라고 자로가 따지는 모습도 나옵니다. 사마천의 <사기세가>에서는 진나라와 채나라의 재난에 빠졌을 때 공자가 제자들을 각각 불러놓고 질문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시>에 이르기를 '코뿔소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닌 것이 광야에서 헤매고 있다'라고 했다. 나의 도에 무슨 잘못이라도 있단 말이냐? 우리가 왜 여기서 곤란을 당해야 한다는 말이냐?" 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대답과 공자의 답변이 흥미롭습니다.

'학이시습지'는 공부의 즐거움보다는 '공부의 괴로움'을 이야기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부가 괴로운 것이니 계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논어가 시작됩니다. 첫 번째 해결책은 '공부 그 자체의 기쁨'에서 찾았습니다. "지극한 복은 덕행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덕행 그 자체"라는 근대철학자 스피노자의 말처럼 공부를 해서 깨닫는 즐거움 자체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면 힘든 공부를 지속할 수 없다는 뜻이죠. 두 번째 해결책은 공부 자체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벗들끼리 서로 위로해주고 응원해주면서 공부를 지속하라는 뜻입니다. 요컨대 논어 첫머리인 학이시습지는 어떻게 하면 공부의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부를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6. 논어가 내 삶이랑 무슨 상관?

논어라는 말 대신 '역사'라는 말을 집어넣어도 됩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든 배우지 않든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배우면 내가 어떤 시대에서 살고 있는지 흐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논어는 동아시아인들이 매달렸던 인간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여기에 접속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는 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누구고 어떻게 우리가 생겼고, 나는 언제부터 '사람'됨을 생각하기 시작했을까? 만약 이것이 궁금하다면 논어를 읽어봐야 합니다.

논어의 말들은 하나하나 담보가 설정돼 있습니다. 실천이 바탕을 이루기 때문에 한가한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한가하게 논어를 읽어왔거나 거들떠보지 않았었죠. 저는 논어와 씨름할 만한 가치가 무한하다는 것을 알고 18년째 논어 읽기를 했고, 그 중간 결과물인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글라이더)를 출간했습니다. 청소년 인문학 서적으로 기획되었지만 공자와 논어에 대해서만큼은 어른과 청소년이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 과감히 공부 내용을 담았습니다. 뻔하게 알고 있던 논어가 아니라, 우리가 모르던 미지의 논어 읽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공자는 미완의 철학자니까요.


7. 논어는 청소년이 읽을 만한 책이 아니다


청소년들과 논어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감정카드를 펼쳐서 논어 구절과 맞춰보기도 하고 대화를 하다가 관련 내용을 자유롭게 펼쳐 읽기도 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참고서, 문제지 말고 책을 안 읽는다고 하는 건 대단한 오해입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되고 싶은 꿈의 용광로인 청소년들에게 말을 거는 방법을 몰랐을 뿐입니다. 그건 어른의 잘못일 뿐이죠. 공자는 청소년들과 대화를 즐겼습니다. 대화를 할수록 젊어졌죠. 논어는 젊은 책입니다. 다만 어른들이 고리타분하게 색칠했을 뿐이죠.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를 쓴 이유는 청소년들에게 자신 있게 공자와 논어를 권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공자의 진심이기도 했고요. 청손년들에게 공자는 꼰대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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