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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Nov 08. 2018

위, 아래, 옆, 그리고 공자

시로 쓴 공자1 : 공자의 술주정

삶은 명령이다. 사람은 신호다. 현실은 갈곳잃은 신호들의 무덤이다. 거기 피어난 한 송이 꽃. 이상(理想)


상류와 하류, 귀족과 평민, 옛것과 유행하는 것. 나는 갈대처럼 흔들리지만 초점을 놓치는 법은 없다. 나는 의(義)의 갈대거든.


술을 마신다. 생강 안주에 마시는 술은 얼마든지 좋아. 제자들이 선생 옆에서 픽픽 쓰러질 동안 공자의 잔은 쓰러지지 않는다. 상류 사회 사람들도 거나하게 취하지만 취하는 방식은 다르지. 보라. 취히면서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숨길 수밖에 없는 상류 사회의 애완동물들.



 1984년에 신문 쪼가리를 조작하던 오웰의 사람들과 변변한 직업 없이 아빠의 용돈만 기다리던 나쓰메의 자식들. 하지만 나는 부모님이 없다. 아빠는 세 살에, 엄마는 열일곱에 세상을 떠났지. 나는 아빠의 노욕(老慾)의 산물, 공씨 가문의 욕심. 그리고 가문의 수치.


젊을 때는 연애를 조심해야지. 마흔 정도 되면 싸움을 조심해야 해. 노년에 접어들었으면 역시 노욕을 피해야지.
(공자의 인생삼계(人生三戒), 계씨편)


귀족들은 나를 싫어해. 귀족다운 데가 없으니까. 이제 알겠어? 귀족 신분이면서 위도 아니고 옆도 아니고 아래를 쳐다보는 땅바라기 공자의 진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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