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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Apr 22. 2019

학생들이 제목을 쓰지 못하는 까닭

제목이 아니라 제목 자리를 가르친다



제목은 어른도 작가도 어렵다


제목은 글의 처음이다.

하지만 제목이 글의 마지막도 된다는 점을 아는 학생들이 의외로 드물다.


제목을 어려워하는 건 어른도 마찬가지다

어른뿐 아니라 작가 역시 제목 쓰기는 어렵다.

왜 이렇게 제목은 어려운 걸까?


영화를 한 편 봤다고 생각해 보자.

영화를 보지 않은 친구가 "영화 어땠어?"라고 질문했을 때 아주 짧게 대답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제목에 대한 감각이 있는 것이다.


제목은 전체 글 또는 작품을 짧은 문장 또는 낱말로 압축한 것이다.

글 전체에 장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목과 글의 관계는 긴밀하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자신이 쓴 글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경우에만 근사한 제목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학생들은 왜 제목을 어려워하는가?

자신이 쓰는 글에 대한 장악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학생다운 일이기도 하다.


글은 학생을 닮았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원 밖으로 나아가려 한다. 선생님이 장난꾸러기 학생들을 다스리기 어려워하듯, 학생들은 럭비공 같은 자신의 생각과 기운을 감당하기 어려워한다.


어른들의 글은 마치 통제된 군대처럼 일사불란하지만 그래서 재미는 떨어진다.

학생들의 글은 외인부대처럼 각자 제멋대로이지만 틀을 깰 때가 많다. 만약 어른이 학생의 글을 잘 해석해서 리라이팅을 한다면 좋은 글쓰기 수업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어른에게 없는 것과 학생에게 없는 것을 거래하는 수지맞는 장사다.


학생들에게 제목 쓰는 방법을 가르치기


나는 학생들에게 글을 가르칠 때 제목을 강조하지 않는다. 제목 자리만 강조한다. 이곳이 제목 자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한다. 학생들은 제목을 아무렇게나 쓴다.


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세는 나이만큼 글을 쓰리고 시킨다. 대개 14세 또는 15세를 가르치기 때문에 14~5줄을 쓴다. 청소년에게는 이것도 버겁다. 여기다가 한마디를 덧붙이면 제목 자리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제목과 이름 포함해서 15줄이야


학생들은 글도 쓰기 전에 급식체로 '개이득'을 얻은 기분이 된다. 학생들은 제목과 이름을 생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고심 끝에 짜낸 아이디어였지만 효과는 100%였다.


제목은 글의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 단계에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제목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글의 재미를 알면 학생들이 저절로 좋은 제목을 쓰려고 궁리를 거듭할 것이다. 제목에 집착하는 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이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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