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교에서 소설 창작 강의를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강의여서 소설창작반 외에도 책을 빌리러 오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내 수업은 목요일반과 월요일반으로 나뉘는데 두꺼운 책을 여러 권 빌려가는 여학생이 아는 얼굴이어서 인사했다. 판타지와 무협 느낌이 풍기는 책이었는데 학생은 3권까지 읽은 상태였다.
책 재밌겠다. 어떤 책이니?
이 한마디로 우리의 독서 대화는 시작되었다. 학생은 한마디로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오랫동안 책의 내용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 학생은 장래에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 읽는 비중과 쓰는 비중은 얼마나 되니?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하는 학생은 쓰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적다고 말하면서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소설가가 꿈이라면 쓰는 게 많아야 할 텐데 읽는 것이 절대적이니 본인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말해준 건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읽은 책에 대해서 한 줄로 설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 책뿐 아니라 모든 것은 한 줄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
너도 한 줄로 표현이 가능해!
이 말에 학생은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매일 자기 스스로의 기분이나 그 날 있었던 경험을 한 줄로 표현하려는 연습을 하다 보면 문장이 늘지 않을 수 없다.
"읽고 쓰기의 균형"이라는 개념
두 번째는 읽으면서 동시에 쓰는 방법을 알려줬다. 다행히 가방에 독서메모가 꽂힌 책이 있어서 사진을 찍고 메일로 보내줬다. 자신이 인상적으로 읽은 대목을 한 줄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읽는 비중과 쓰는 비중의 쏠림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장에도 도움이 된다.
학생의 나이가 열다섯이니까 메모 독서는 나보다 5년 앞선 셈이지만, 읽고 쓰기를 동시에 하는 방법은 나보다 25년이나 앞선 것이다. 나도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지금의 메모 독서 방법을 스스로 익혔다.
메모 읽기의 요체는 읽기와 쓰기의 균형이다. 아래 사진처럼 한 대목에는 반드시 하나의 코멘트가 들어 있다. 읽기와 쓰기의 균형이라는 개념은 읽기 위주 또는 쓰기 위주의 연습과는 다른 방식으로 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강하게 느낀다.
※ 그 동안 대학원 생활과 생업을 하느라 업로딩이 소원했습니다. 최소한 방학 기간에는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독자님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