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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Mar 11. 2022

초등 저학년,중학년,고학년에게 추천하는 4.3그림책

1,2학년군-3,4학년군-56학년군을 위한 4.3없는 4.3그림책



제주4.3 기일이 다가오면 아무래도 분주해진다. 초등 4.3교육 연구에 관한 논문을 쓰고 나면 더 분주해지겠지. 안타까운 일이지만 추천 그림책 중에서 절판 그림책과 품절 그림책이 꽤 된다. 이 부분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도서관을 통해서 빌릴 수 있다는 점을 위안 삼으며 품절과 절판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4.3없는 4.3그림책은 제주4.3을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로 바라본다. 제주4.3은 전 세계에서 언제 어디서나 일어났으며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의 서사를 표현한 그림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1,2학년군을 위한 4.3없는 4.3그림책 추천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 걸 알려주는 <동쪽 괴물 서쪽 괴물> 공포감이 실체를 얼마나 과장할 수 있는지 말해주는 <블랙 독>


철학자 파스칼은 온도가 1도만 올라가도 근본적인 생각이 달라진다고 말했고, 국경선이 100미터만 달라도 아군이 적군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미국 편이 아니면 소련 편이라는 양자택일이 강요당한 제주4.3 당시에는 미국과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만 않아도 소련 편으로 간주되었고 소련 편이라는 것은 재판 없이 처형해도 된다는 걸 말했다. 동쪽 괴물은 산 이쪽에 있었고 서쪽 괴물은 산 저쪽에 있었기에 밤이 오는 걸 낮이 떠나는 것이라 생각했고, 아침이 오는 걸 밤이 떠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산 하나를 다 박살내고 나서야 평화에 도달할 수 있었다. 평화를 너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메시지가 될 것이다. 

제주4.3 학살이 그토록 가혹했던 건 공포감 때문이다. 현장체험학습 갈 때 들고 다니던 물통의 이름인 '빨병'이 금지어로 지정돼 사라진 것은 레드 컴플렉스를 상징한다. 블랙 독은 실제로 집보다 큰 개가 아니라 공포감이 만들어낸 이미지다. 집보다 커진 개를 어떻게 껴안을 수 있는 크기로 만드느냐는 꼬맹이의 활약에 달렸다. 



3,4학년군을 위한 4.3없는 4.3그림책


독재정권 시대를 연상시키는 두 그림책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 <글짓기 시간>



송강호 주연의 영화 <변호인>에서는 평범한 독서모임을 불온서적 유포하는 지하조직으로 몰아 체포하고 고문했던 정보국 이야기와 사법살인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는 촉망받는 젊은이가 우산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보국 사람들에게 체포되고 그에 대한 평판은 완전히 추락할 뿐만 아니라 회사의 사장이 장관님께 시란 씨와 자기 회사는 아무 상관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시란 씨를 석방해달라는 편지를 쓰는 평범한 아주머니의 모습도 비친다. 나와 상관 없다고 생각한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죄 없이 잡혀가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림책으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해서 전 세계 사람들의 동참 노력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글짓기 시간>은 알베르토 망구엘이 엮은 단편선집 <신의 첩자들 : 압제에 저항한 이야기>에 실렸던 단편을 그림책으로 리메이크했다. 글을 쓴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는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 원작인 <파블루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작품 배경은 칠레 군부 독재 정권 시대이며 어린이의 눈으로 비친 모습을 담담히 표현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칠레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독재정권의 어두운 시절이 있었다. 어린이들과 독재정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5,6학년군을 위한 4.3없는 4.3그림책


제주4.3이 세계적인 사건이라는 사실을 암시해주는 그림책 <독재자 프랑코>, <토끼들>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라는 말은 유명하다. 하지만 "제주4.3은 세계의 역사입니다"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제주4.3은 2차 세계대전과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의 이야기이다. 동서냉전 당시 미국의 세력권 안에 있었던 제주도 사람들을 학살하라고 명령한 사람들은 미국인이었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학살이라고 해서 제주도의 역사이거나 한국의 역사로 축소시켜선 안 된다. 


<독재자 프랑코>는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 장군이 스페인을 철권 통치하면서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등 전체주의와 파시즘 국가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점을 표현하고 있다. 


<토끼들>은 광복 직후 제주도의 정부 역할을 했던 인민위원회와 미군정의 관계사를 상징하는 그림책이다. 호주에서도 원주민에 대한 강탈과 학살의 역사가 있다. 처음에는 천사의 얼굴로 찾아왔지만 파악이 끝나면 악마의 얼굴로 되돌아가는 제국주의자들의 공격에 대해서 속수무책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에서 제주4.3의 슬픔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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