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에 재미 한 스푼 더

by 오승주 작가

갓 입학한 중학교 1학년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가능해?


중학교 1학년을 방과후 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났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치는 건 어렵지만 중학교 1학년과 오랜 호흡을 맞춰 온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중학교 1학년이야말로 중학생의 꽃이다. 초등학생의 패기와 상상력에 중학생의 현실감각이 묘하게 섞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학생들 역시 리터러시 능력의 전반적 저하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책 리터러시와 미디어리터러시를 결합한 미디어 콜라보를 만들었다. 첫 작품은 쉬운 것부터 시작했다.


《또또 찬성》은 늑대 친구들이 잊었던 약속을 떠올려 숲의 평화를 찾는다는 이야기


《또 또 찬성》은 간단하지만 제목에서 암시하듯 민주주의 기본 원리와 이상적인 정치철학을 담고 있다.


바루, 비루, 부루, 베루, 보루 늑대 오형제가 재밌는 놀거리를 찾아 궁리를 한다. 하지만 바루는 잘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재미가 없다.

나는 진흙 경단 만들 때 진흙이 끈적끈적 묻는 게 싫어. 힘이 약해서 씨름도 늘 지기만 하고... 물을 싫어하니까 수영도 못하고.


바루가 재밌어하고 할 줄 아는 것은 바로 숨바꼭질이다. 형제들은 바루가 하자는 대로 동의를 해준다. 공동체에서 가장 약한 고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정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류가 가지고 있었던 정치의 이상이다. <맹자>에서는 '환과고독의 정치'라고 불렀다. 늙어서 아내가 없는 홀아비 환(鰥), 늙어서 남편이 없는 여자 과(寡), 어려서 부모가 없는 아이 고(孤), 늙어서 홀로 된 독거노인 독(獨)이야말로 서러워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 없는데, 진정한 정치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라는 정치 이상이 환과고독의 정치이다. <또또 찬성!>은 환과고독의 정치 정신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환과고독의 정치를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에 빗댄다면?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고 힘이 약한 바루를 우크라이나에 빗대고 나머지 늑대 형제들을 유럽연합에 빗대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기사를 함께 읽었다.


러 앞에 '강적'이 나타났다.. 영토욕심 푸틴이 만난 뜻밖의 결과


영국도 탈퇴하고 유로화도 휘청거리면서 하나가 되기로 한 오래된 약속이 시들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전환점이 되고 있다는 기사이다. 늑대들은 술래잡기를 하기로 약속을 했지만 아기돼지들을 발견하자 돼지고기에 혹해서 약속을 잊어버린다. 돼지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바루에 의해서 오래된 약속을 깨우친 늑대 형제들은 입에 물고 있던 돼지를 돌려보내고 다시 술래잡기를 시작한다.


그림책 <또 또 찬성!>과 신문기사를 함께 읽고 아래의 질문을 던져 보았다.

유럽의 늑대들(EU 회원국)이 단결하자는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인가?



중학교 1학년들과 문장 완성 연습하기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그림책, 신문기사 1개 등 비교적 쉬운 텍스트를 준 까닭은 이해를 돕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글쓰기 역시 5분 글쓰기로 짧게 했다. 이렇게 한 까닭은 한 줄 문장을 완성시키는 것에서부터 글쓰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예상한 대로 중1들이 쓴 문장은 미완성 상태였다. 여기에 의견을 주면서 문장을 완성하는 연습을 했다.


자신들보다 못하는 것이 많은 것이 많은 늑대를..(중1)

★ 문장 다듬기 : 다른 유럽 연합 나라들은 우크라이나 같은 바루를 도와서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존중과 배려 (중1)

☎ 보충 대화 : '누가 누구를 존중했죠? 바루를 존중했죠. 우크라이나는 EU 가입국도 아니죠. '

★ 문장 다듬기 : 유럽의 나라들이 EU 가입도 하지 않은 우크라이나를 존중하고 배려했다.


유럽국이 우크라이나를 배려했다. (중1)

보충 대화 : 도와줬다는 행동만 있지만 왜 도와줬다는 행동이 있으면

문장 다듬기 : 유럽국이 다음 순서는 자기가 될 수 있으니까 우크라이나를 배려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는 게 곧 우리도 피해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다시 뭉치면 러시아와 혼자 싸우는 것보다는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중1)

★ 문장 다듬기 : EU 회원국들은.. (주어만 살려서 그대로 씀)


서로를 믿었기 때문에. (중1)

☎ 보충 대화 : 앞의 주어와 문장 완성. 어떻게 붙일 수 있을까?

★ 문장 다듬기 : EU 회원국들과 우크라이나가 함께 러시아를 이길 수 있다고 서로를 믿었기 때문에.


중학생들이 쓴 글의 골자는 잃지 않은 채 문장을 완성해야만 학생들은 그 문장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문장 다듬기를 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앞의 친구 문장이 다듬어지는 모습을 보면 다음 친구 역시 자기 스스로 다듬는 방법을 알아가기 때문에 6~8명 정도의 수업에서 상호평가와 상호 자극이 일어난다. 앞으로 중학생들의 문장이 어떻게 완성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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