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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Feb 21. 2023

논어 수업을 준비하며 소인론(小人論)을 생각하다




공자에 대한 강의 의뢰를 받았다. 한 달에 한 번씩 10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찬찬히 읽어본 책들과 논어에 관한 자료를 분석하며 강의안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최근 공자 연구서를 보면서 완전히 새롭게 보게 된 부분이 많았다. 특히 군자에 반대되는 의미의 "소인"에 대해서 다시 보였다. 공자와 논어가 줄곧 비판하던 소인은 현대인에 무척 가깝기 때문이다.

                                        

내가 소인을 진지하게 분석 대상으로 삼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소인은 현대인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데, 이를테면 아래 구절은 현대인의 모습과 참 흡사하다.


논어와 공자에 관한 비교적 최근의 연구들은 고정관념을 많이 깨준다.


내가 소인을 진지하게 분석 대상으로 삼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소인은 현대인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데, 이를테면 아래 구절은 현대인의 모습과 참 흡사하다.


(소인, 또는 비열한 자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얻을 때까지 근심하고, 설령 원하는 것을 얻더라도 잃어버리지 않을까 근심한다. 근심이 커지면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까지 서슴지 않는다
논어 양화 편

영원히 근심의 감옥에 갇힌 현대인의 모습처럼 보인다. 르네 지라르 식으로 표현하지면 "형이상학적 욕망"에 영원히 갇힌 현대인의 모습이다. 근심을 해결하기 위해 취직을 했더니 형이상학적 욕망이 해결되지 않았고, 퇴사를 하고 이직을 했더니 새로운 근심걱정, 새로운 형이상학적 욕망이라는 감옥으로 이감되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씁쓸히 확인한다. 그래서 구조주의자가 되나 보다.


공자는 "소인 지식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소시민이 소인으로 욕망하고 살고 행동하는 것은 위허할 것까지는 없지만, 지식인이 소인으로 욕망하고 살고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너(자하)는 군자다운 유가 될 것이지, 소인 같은 유가 되지는 말아라
(子謂子夏曰 女爲君子儒 無爲小人儒)
논어 옹야 편

공자의 소인론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보려 한다. 군자에 가려진 조연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소인에 대한 이야기를. 동양철학의 근본 원리 중에서 '달이 차면 기운다'는 것이 있다. 군자는 그 동안 조명이 되었기 때문에 그 빛이 이제 시들해졌지만, 소인은 천대받다가 반대로 조명이 되고 있다. 마치 원의 운동처럼 원점으로 돌아오되 밤은 낮이 되고 낮은 밤이 되듯, 군자는 소인의 위치로, 소인은 군자의 위치로 되돌아간다는 게 참 신비롭고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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