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 공기는 거의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다. 내버려둔 부뚜막에서는 연기가 솟아올랐다. 나는 창문을 열어제칠 것이다. 그러나 우선 나는 환자를 본다. 마르고, 열은 없다. 몸은 차지도, 뜨겁지도 않다. 초점 없는 공허한 눈, 윗저고리도 입지 않은 채 그 소년은 새털 이불 밑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나의 목에 매달려 내 귀에 속삭인다. "의사 선생님, 저를 죽게 내버려 두세요." 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그 말을 듣지 못했다. 부모는 몸을 숙인 채 말없이 서서 나의 판단을 기다린다. 누이는 나의 손가방을 위해 의자를 가져왔다. 나는 가방을 열고 의료기들을 뒤진다. 그 소년은 침대에서 손을 뻗쳐 계속 나를 더듬으며, 나에게 자신의 부탁을 상기시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