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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Dec 11. 2017

나를 책 두 권의 작가로 만들어준 메모 독서법

독후감을 위한 독서와 책 쓰기를 위한 독서의 차이점

수많은 독후감이 작가를 만들어주는 건 아니다



2002년 11월부터 첫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으니 만으로 15년 정도 리뷰 활동을 한 셈이다


알**이라는 인터넷 서점에서 리뷰어 활동을 만 15년 정도 되었다. 책을 읽고 꾸준히 독후감을 쓴 것이 글을 지속하게 하였고 나의 글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독후감 역사 15년이라면 ‘장인’으로 불릴 만한 시간이 아니다. 수십 년 넘게 독후감을 써온 사람들도 있고, 올린 독후감의 수만 해도 수천 편을 능가하는 리뷰어가 차고 넘쳤다. 겨우 10년 넘게 리뷰를 써온 내가 무엇이 특별할 게 있겠는가?



나는 지금까지 두 권의 책을 썼다. 위태로운 가족의 마음을 이어주고 싶은 바람에 가족들과 책으로 놀았던 경험을 토대로 <책 놀이 책>(이야기나무)를 썼고, 인문고전의 거울로 아이를 들여다보아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글라이더)를 썼다. 특히 최근 썼던 책은 메모 독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31권의 동서양 인문고전과 일상의 경험을 매칭시키는 복잡한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메모를 하지 않고 독서를 했다면 작품을 분석하고 경험과 대비시키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리뷰와 메모 리뷰의 차이


중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은 독후감 쓰기다. 일반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생각난 글을 워드에 치면서 A4 한 장을 채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 장 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독후감도 마찬가지다. 같은 책을 읽었다고 하더라도 아침에 쓰는 독후감과, 점심 먹고 쓰는 독후감과 자기 전에 쓰는 독후감이 다르다. 같은 커피숍에서 먹는 아메리카노도 시간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만일 한 학생이 두 편의 논문을 썼는데 하나는 아주 훌륭하고 나머지 하나는 엉성하다면, 내가 둘 중 어떤 것을 먼저 읽느냐에 따라서 최종 성적이 달라지게 된다. 나는 학생들에게 두 논문의 성적 산정 비중이 똑같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먼저 읽은 논문이 나중에 읽은 논문보다 최종 성적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 다니엘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책을 읽었던 기억은 물처럼 흘러간다. 아침에 쓰는 독후감과 점심에 쓰는 독후감이 전혀 다른 글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만약 책에 대한 나만의 인상을 남기고 싶다면 독서 경험 안에 ‘나만의 흔적’을 남겨야 한다. ‘메모’는 좋은 흔적이 될 수 있다. 만약 종이에 인상적인 구절을 쓰거나 해당 부분을 표시한다면 독서 후에도 그 부분을 다시 찾아 읽을 것이다.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몇 번 더 본다면 해당 구절에 대한 나의 관점이 생기는 것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것은 반복의 힘이다. 메모 독서를 한다는 것은 반복적이면서 효율적이고 역동적인 힘을 선사한다. 메모 부분을 다시 읽으니 당연히 반복적인 독서이며, 독자가 인상적으로 봤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시 읽었기 때문에 책에 대한 자신의 강한 느낌을 남길 수 있다.


독서하면서 남긴 메모 그 자체가 독서에 대한 나의 강한 인상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별도의 코멘트를 붙인다면 한 발짝 나아간다. 인상적인 구절과 거기에 달린 코멘트를 적절히 배치하기만 해도 매우 준수한 독후감이 될 테니까.


책을 읽고 메모하고, 메모를 읽고 간단한 코멘트를 다는 독서 활동을 한다면 ‘물’ 같은 서평을 넘어 ‘웅덩이’ 같은 서평을 남길 수 있다. 사람들이 찾아올 만한 공간이 된다는 뜻이다. 나는 15년간 이런 웅덩이를 여러 개 만들었고,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는 책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독서 메모를 통해서 나만의 해석과 접근 방법을 세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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