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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Dec 28. 2017

독서력이 도약한 두 가지 비결

책 쓰기 시도와 큐레이팅 메모 남기기

요즘 독서습관이 바뀌었다. 메모 독서를 시작한 20년 동안 거의 하지 않았던 습관이 새로 생긴 것이다. 빨간펜 사용을 필수적으로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의무감으로 빨간펜을 몇 번 든 적이 있지만 이제는 좋아서 자청한다.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1. 책 쓰기, 작가 도전하기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는 많은 참고문헌을 읽고 사례와 일일이 대조해야 했다. 책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책을 쓰거나 쓰려고 노력하는 과정이야말로 독서력의 일대 도약을 가져오는 계기라는 사실을 알았다. 어떤 성격의 책을 쓰든지 간에 문헌이나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논문을 쓸 때 굉장히 많은 논문을 읽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많은 자료를 그냥 읽는 것도 아니다. 밑줄을 긋기도 하고, 짧막한 메모를 남기기도 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런 표시가 없다면 수많은 내용들이 파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반복적으로 독서를 하는 '양적 성장'을 가져올 뿐 아니라, 깊이 집중해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질적 성장'까지 한꺼번에 가져온다. 


책을 읽는 것은 '빚'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들여서 쓴 지적 자산을 빚지는 것이다. 빚을 갚는 방법은 좋은 책을 쓰는 것뿐이다. 나도 많은 책을 읽으면서 훌륭한 책의 저자들에게 빚 독촉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책을 쓸 생각도 한 번쯤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독서 큐레이터 되기


예전에는 빨간펜으로 코멘트하기를 게을리 했는데 이제는 꼬박꼬박 하고 있다


빨간펜으로 읽었던 부분을 메모하는 것은 일종의 큐레이팅이다. 큐레이팅(curating)이란 여러 정보를 수집, 선별하고 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전파하는 것을 말한다. '북 큐레이션'이라는 말은 꽤 알려졌다. 하지만 코멘트를 다는 행위는 한 권의 책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문장 큐레이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위해서 책의 내용에 대해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책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스스로에게 프리젠테이션을 받는다. 책을 가지고 혼자 놀기인 셈이다. 이 번거로운 행동을 모든 메모에 하기로 한 것은 메모를 한 지 20년만에 일어난 변화다. 그 동안 안 한 까닭은 번거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메모를 하면서 '진짜 번거로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파란색으로 베껴 쓰기를 하는데, 책을 다 읽으면 파란색으로만 이루어진 독서 메모가 여러 장이 된다. 거기서 어떤 문장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찾으려면 일일이 읽어봐야 하고, 읽었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번거로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읽었던 메모를 다시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빨간색 코멘트를 한 부분을 읽을 때는 책의 내용을 간단히 파악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남긴 정리가 아니라 스스로가 남긴 것이기 때문이다. 


빨간색 펜으로 코멘트하는 내용의 성격은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할 수 있다. 나는 대개 메모해두는 문장의 요지를 쓰는 게 대부분이다. 책의 내용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떠오른 아이디어, 즉 책의 문장과 상관 없는 아이디어는 별☆ 표시를 해두고 따로 쓴다. 이것도 역시 잔재미가 있다. 


이렇게 읽으면서 독서력의 다른 차원으로 올라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빨간펜을 하기 위해서는 다시 읽어야 하고[양적 성장], 요지 파악을 위해서 집중해서 읽어야 하기 때문[질적 성장]이다. 만약 누군가 이런 방식으로 독서를 시도한다면 그 효과와 힘을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책을 읽고 메모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성장과 성공을 위해서 토익책을 달달 외고, 공무원 책을 쌓아놓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어떤 스펙보다도 더 강력한 나의 지력과 정신력을 도약시키는 방법이 있다면 약간의 번거로움은 투자금으로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운동장을 달리는 일도 처음에는 힘들다. 하지만 할수록 빠져든다. 독서 메모와 큐레이팅 메모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힘들지 모르겠지만, 할수록 그만두기가 어려워져서 스스로 매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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