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승주 작가 Jan 10. 2018

책 쓰기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독서법

메모 독서로 실제 원고 작업을 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데이터 독서가 집필로 이어지는 과정


메모 독서를 오랫동안 하면 많은 메모가 남습니다. 메모를 관리하려면 데이터로 전환해야 합니다. 저는 품을 들여 엑셀로 정리했습니다. 엑셀로 정리하면 검색 등 활용이 용이하지만, 마치 책의 인덱스처럼 참조할 수 있게 짧은 글로 재정리하면 집필을 위한 최적의 상태가 됩니다.


엑셀에 독서 데이터를 입력한다고 해도 양이 많아지면 분석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저는 새로 만드는 독서 메모는 빨간색 볼펜으로 내용 요지를 짧게 기록해둡니다. 이전의 자료들은 틈틈이 읽으면서 짧게 코멘트를 남깁니다. 이것이 인덱스 자료가 돼 실제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저는 인덱스와 책 제목, 쪽수 정도의 정보만 따로 간편출력본(이하 '간편본')으로 제작했습니다. 물론 내용 전체가 담긴 출력본(이하 '전체본')을 준비해둡니다. 간편본을 보면서 글감으로 다루거나 근거로 삼을 만한 부분에 표시를 해두고 필요하다면 메모를 해둡니다.



실제 원고 집필시 독서 데이터를 사용하는 과정


《10대와 마주하는 인문 고전_공자의 논어》 원고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공자 시대의 참혹함을 현대사회의 비참함과 대비하기 위해서 자료를 찾던 중 《춘추좌전》 제1권 제선공 15년(기원전 593년)에 송(宋)나라가 초나라의 포위를 당해 백성들이 자식을 서로 바꿔서 잡아먹었다는 사례를 찾았습니다. 송나라 대부 화원은 상황이 이와 같은데도 "그러나 나라가 망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성하지맹'(城下之盟)만은 맺을 수 없습니다"라며 초나라 군사를 30리 물려 달라고 요청하죠. 이 장면은 당시 권력자들이 백성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이 내용은 간편본을 열람하던 중 찾은 것입니다. 때로는 글에 대한 구상에서 데이터를 소환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꾸로 데이터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뜻 밖의 글감이 잡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편본을 출력해서 요지만 훑어봐도 글감으로 삼을 만한 메모들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전체본은 이와 같이 내용 전체가 나와 있기 때문에 쌓이면 열람과 검색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간편본을 만들어놓으면 100% 활용이 가능합니다. 
실제 《춘추좌전1》 503쪽에 '자식을 서로 바꿔서 잡아먹었다(역자이식)'는 사례가 실려 있습니다. 


메모 독서를 처음 하고자 하는 분은 간편본은 뭐고 전체본은 뭐고 헷갈리실 겁니다. 하지만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저처럼 시행착오를 많이 하고 헤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인생을 책으로 쓰면 100권도 넘게 쓸 것 같은데, 실제로는 왜 한 권도 쓰기 어려운 걸까요? 책은 책의 문법에 따라 집필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에 메뚜기를 기를 수 없듯, 누군가 대신 집필해줄 것이 아니라면 책의 완성도를 위한 길을 가야 합니다. 근거, 사례, 아이디어, 논리, 문장 등은 독서의 내용을 찬찬히 그리고 면밀히 살펴보고 흉내내는 가운데서 생겨납니다. 


왜 사서 이 고생을 할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이렇게 엑셀 파일을 만들고 데이터를 애써 사용하면서 책을 만들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들도 자신의 독서를 실제로 집필에 써먹을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방법론을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귀한 시간을 들이고 읽었던 책에서 데이터를 만들고 책의 문법에 맞게 글을 만드는 것이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여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 메모 독서는 집필까지 염두에 두고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자신의 책을 꼭 펴내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꼭 메모 독서법이 아니더라도 자기 나름대로의 독서 방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의 메모 독서에 버금가는 효용성을 갖춰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원고를 만들고, 출판사를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매거진 메모 독서 20년에 관심을 주시는 분들을 위해 조그만 선물을 마련했습니다. 엑셀에 하는 데이터 독서에 관심이 있거나, 샘플파일을 받고 싶은 분들은 댓글에 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 또는 dajak97@hanmail.net 이메일로 문의 바랍니다. (글에 소개한 간략본을 추가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