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독서 경험을 영원히 누릴 수 있는 데이터 독서법 가이드북(파일有)
시간이 갈수록 모든 것은 변화합니다. 그리고 생명이 있는 것들은 성장하죠. 사람과 연관된 것들은 나이를 먹습니다. 사람도 성장하고 책도 성장하고 인간관계도 성장하도 독서도 성장합니다. 독서가 성장한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는데 오랫동안 하다 보니 스스로의 독서 방법에 대해서 반성하게 되고, 더 좋은 독서 방법을 고민하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메모 독서에서 데이터 독서까지 하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데이터 독서가 좋은 독서 방법론이냐 묻는다면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저마다 개성이 있을 테니까요. 특히 독서시간이 많지 않은 경우 이 독서 방법은 오히려 독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독서를 가볍게 하시는 분들에게는 권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데이터 독서가 필요한 분들은 독서기간이 긴 분들, 자기 나름의 독서방법을 고민하는 분들, 논문이나 책을 처음으로 집필해보시는 분들에게 참조가 될 것입니다. 저도 20년 동안 독서 메모를 했기 때문에 덕을 보고 있는 것이지 독서 기간이 짧았다면 이렇게 번거로운 독서 방법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데이터 독서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처음부터 엑셀 파일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한글 파일을 한참 동안 만들었죠. 하지만 한글 파일은 여러 개여서 한번에 볼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나의 파일에 독서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엑셀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엑셀의 강점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하나의 파일에 여러 개의 시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트를 무한대로 만들 수 있으니, 주제에 맞게 시트를 따로 만들고 데이터를 집어넣는 재미도 좋습니다. [팁1] 저는 새로운 책을 담을 때 새 시트를 만들어서 정리하고, 정리가 다 끝나면 같은 성격의 시트와 전체 내용이 담긴 시트에 붙여넣기를 합니다.
[팁2] 항목을 정하고 필터를 만들어 '텍스트 필터'로 검색하는 것도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찾기' 검색과 '텍스트 필터' 검색은 차원이 다릅니다. 해당 키워드가 있는 문장들을 전부 정렬해주니 키워드에 맞게 생각을 정리할 때 큰 도움이 되죠.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어떤 문장이 나오는지 볼까요?
'사랑'이라는 낱말이 담겨 있는 169개의 문장을 얻었습니다. 멋지죠? 그 중에서 좋은 구절을 올려드릴게요.
자신을 사랑하면 세상을 사랑하게 되고, 세상을 사랑하면 세상에 대한 분노를 하게 된다(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곧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한다.…남성들은 성공해서 권력을 장악하고 돈을 모으는 것, 여성은 몸을 가꾸고 옷치장을 하는 등 매력을 갖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대학 시절 책을 읽으면서 '천재', '사랑' 같은 특정 주제에 관심을 가진 적 있으세요? 엑셀의 텍스트문자 필터 기능을 이용하면 사랑에 관한 책들만 모아 본다든지, 천재라는 생각을 정리해본다든지 하는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도 있죠. 글을 쓸 때에는 어떤 개념이나 어휘, 주제에 대해서 쓰게 될 텐데 자신의 독서 데이터 안에서 해당 주제를 검색하면 글이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명확한 문헌에 근거한 것이기에 인용하기도 좋죠. 다만 인용을 너무 많이 해서 인용 투성이의 글이 될 수 있으니 그건 조심해야 합니다.
저의 데이터 독서 파일을 받아보시고 처음 여는 순간 어떤 느낌을 받을까 상상했던 적이 있습니다. 10년 넘게 담아온 파일이니 10MB에 달하는 분량을 보면서 방대하다고 놀랄 수도 있고, 겁을 집어먹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가장 걱정되는 건 나의 독서와 남의 독서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저의 데이터 파일은 제게는 의미 있는 데이터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샘플'일 뿐입니다. 이것을 전제로 한다면 파일을 보시는 분에게 의미 있는 것은 시트 구분과 항목 등일 것입니다. [팁3]책을 읽고 남길 수 있는 것 중에서 인용문도 있을 수 있고 요약문도 있을 수 있고, 나의 느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이나 목적에 맞게 항목을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항목을 정할 때는 신중하게 선택하시고, 되도록 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항목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책의 인용문과 쪽수 정도를 주요 내용으로 담았고, 최근에는 저의 코멘트를 담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주요 항목으로 선택하는 건 '힘겨운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메모를 할 때마다 나의 느낌을 쓴다는 건 지속적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저도 최근에야 '느낌' 항목을 넣었죠. 책을 쓰기 위한 특별한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예 항목을 공란으로 해 놓고 나중에 재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팁4] 레이아웃은 출력할 수 있는 형태로 하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항목을 추가하거나 길이를 늘리면 출력했을 때 한 페이지에 다 들어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컴퓨터 화면으로 보았을 때보다도 출력해서 보는 게 더 집중이 잘 되기에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한 페이지 넣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한 페이지 안에 넣는 것을 권합니다.
[요약하면] 파일을 받으면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는 시트를 만들어서 가장 왼쪽에 넣으세요. 새 시트를 만드는 것보다는 레이아웃이 맞춰져 있는 시트를 복사하기해서 안의 내용을 지우고 항목과 내용을 새로 정해서 채우는 방식을 권합니다. 데이터 독서가 여러분의 독서에 좋은 자극이 되길 바랍니다.
※ 매거진 메모 독서 20년에 관심을 주시는 분들을 위해 조그만 선물을 마련했습니다. 엑셀에 하는 데이터 독서에 관심이 있거나, 샘플파일을 받고 싶은 분들은 댓글에 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 또는dajak97@hanmail.net 이메일로 문의 바랍니다. (사연을 함께 적어주시면 매거진 에 반영할게요. 함께 고민을 해결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