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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Jan 17. 2018

메모 독서로 논어책을 읽는 새로운 방법

자기에 맞게 논어 각색하며 메모하기



논어의 각 장마다 간략한 내용과 내 언어로 메모한 노트

인문고전을 자신의 언어로 읽는다는 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라고 고전이 존재하니까요. 만약 고전에  압도된다면 이미 고전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10대와 마주하는 인문고전_공자와 논어》를 집필중입니다. 생동감 있는 글을 위해서 메모 독서로 완독하였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한 방법으로 읽었죠. 제가 10대라고 가정하고 읽었습니다.


고전이 위대한 점은 누가 어떤 시점에서 읽든 메시지가 녹슬지 않을 만큼 유연하다는 점입니다. 아이 키우는 주부가 읽든, 직장인이 읽든, 학생이 읽든, 심지어 노숙자가 읽더라도 샘물은 충분합니다.


항목을 셋으로 구분해서 장구 번호를 표시하고 요약문과 10대 관점의 언어로 표현하는 란을 마련했습니다. 요약문은 언제 누가 보든 구절이 떠오르도록 원문의 포인트를 잘 살려 정리합니다. 10대 관점의 란은 10대와 연관된 장이나 10대가 보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상상하며 씁니다. 이 란을 쓸 때 상상력 자극이 가장 강하죠.예를 들면


30년 후 동창회에서 다시 만난다면 (11-12, 제자들을 멋지게 키워놓은 모습에 흐뭇해하는 공자의 모습)


쉽지 않은 공부지만 좋은 선생님은 더 피가 마를 거야(9-10, 안연의 한탄)


학생들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최대한 상상해 표시를 해두면 공감이 가는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논어》는 '공감의 책'이니까 공감을 먼저 건네야죠.


직장인과 부모의 경우를 하나씩 예시해볼까요?


[직장인]
논어 원문 : 벼슬이 익으면 공부를 하고, 공부가 익으면 벼슬을 하라(자장 편)
직장인 응용 : 직장일에 이력이 나면 야간 대학원에 도전하고, 학위를 받으면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을 추진하라


[부모]
논어 원문 : 권력과 형벌로 백성을 통제하려 들면 구멍을 귀신 같이 찾아낸다. 원칙과 관용으로 존중하면 서로 나쁜 점을 꾸짖어 주며 자정작용을 한다(위정 편)
부모 응용 : 잔소리를 자꾸 하면 아이는 잔소리 자동 설정 로봇이 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 입장에서 감정에 호소하면 아이가 더듬더듬 나아지는 게 느껴진다.


저도 처음 읽을 때는 원문 뜻을 헤아리는 데도 허덕였죠. 메모를 좀 하고부터는 인상적인 구절에 멈춰서 상상력을 쏟게 되더라고요. 논어를 이렇게 자기 입장에 맞게 읽고 메모하고 상상하는 습관을 들이면 반드시 얻어걸리는 게 있을 것이고, 운이 좋으면 '인생 말씀'을 얻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요새 접하는 대부분의 인문고전을 이런 방식으로 읽고 있는데요. 참 재밌습니다. 인문고전에 대한 자기만의 해석도 되기에 방향 또한 옳지요.


가까운 곳에 있는 논어책 펼쳐서 한두 구절 정도 시도해보세요. 원문을 필사할 필요는 없고 다음에 찾을 수 있게 표시만 해두면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해석은 꼭 메모를 해두세요.



※ 매거진 메모 독서 20년에 관심을 주시는 분들을 위해 조그만 선물을 마련했습니다. 엑셀에 하는 데이터 독서에 관심이 있거나, 샘플파일을 받고 싶은 분들은 댓글에 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 또는dajak97@hanmail.net 이메일로 문의 바랍니다. (사연을 함께 적어주시면 매거진 에 반영할게요. 함께 고민을 해결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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