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씨에 1시간 10분을 걷다니

by 다작이

2025년 8월 20일 수요일 맑음


아, 덥다!

솔직히 이 말밖에 안 나온다. 아무리 날씨 따위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해도 이글이글 다 태워 버릴 듯 쏟아지는 햇빛을 감당할 수가 없다. 게다가 양지 음지 할 것 없이 어디에 서 있으나 거대한 가마솥에 들어가 있는 기분만 든다. 저 무자비한 광선을 피할 데도 없다. 여름에는 더워야 제맛이라고, 이 정도 날씨라면 거뜬히 버텨내야 하지 않겠냐며 큰소리쳐 봐도 소용이 없다. 지금의 이 날씨는 정말이지 딱 쓰러지기에 좋은 날씨가 아닌가 싶다.


개학식이라 아이들은 단축 수업 후 바로 하교했다. 마침 치과 정기 검진 예약이 되어 있어서 조퇴를 쓰고 나왔다. 학교로 오는 버스를 타고 왜관역에 내리니 대략 1시간 반 정도의 여유 시간이 생겼다. 나처럼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다 보면 제시간에 딱 맞춰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다. 버스의 시각이 비교적 들쑥날쑥해서 미리 여유를 두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 대경선을 타기 전에 역 근처에 있는 커피숍이라도 들러 땀을 식힐까 싶었다.


그때 공공도서관에 아직 책을 반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다른 이용자들에겐 미안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이삼일쯤 연체하더라도 주말에 반납하러 갔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도서관 이용 규칙이 바뀌어 전국의 어느 도서관에서든 연체하면 다른 도서관에서도 책을 빌릴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꼭 필요할 때 어디에서든 대출하려면 하늘이 두 쪽 나는 한이 있어도 대출기간 내에 책을 반납해야 했다.


내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남은 시간을 활용해 칠곡군립도서관에 갔다 와야 했다. 대체로 왕복에 드는 시간은 1시간이다. 특히 오늘처럼 햇살이 강하고 땀이 많이 흐르는 날이면 오며 가며 한두 번은 쉬어야 한다. 물론 왜관역에서 도서관까지 가는 버스가 있긴 하다. 그런데 문제는 배차 간격이 너무 길다는 점이다. 1시간 반에서 2시간쯤 지나야 다음 버스가 들어온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지금껏 수없이 도서관을 다녔지만, 단 한 번도 그 버스를 타 본 적이 없다. 그 시간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걷는 게 합리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갈 때 35분 걸렸다. 다시 돌아올 때는 신호등의 타이밍을 못 맞춰서 40분쯤 걸렸다.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책만 반납하고 바로 나왔으니 줄곧 걸은 셈이었다. 이 무지막지한 날씨에 무려 1시간 10분 넘게 도보로 이동한 것이다. 그것도 반납할 책이 잔뜩 들어있는 백팩을 메고 말이다.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 상태로는 대경선을 타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만약 빈자리가 있어서 앉게 되었을 때 옆 사람에게 얼마나 불쾌감을 줄까 싶은 염려 때문이었다.


왜관역에 다시 도착하니 다행스럽게도 대경선을 탈 때까지 15분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땀을 식히기 위한 특효약인 찬 음료수를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틈만 나면 찬 걸 찾으니 하필이면 이렇게 더울 때에 배탈이 잘 나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이유는 뻔했다. 날씨가 더울수록 따뜻한 음료에 손이 가야 할 테지만, 본능은 좀처럼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다못해 미지근하기라도 하면 되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찬 음료를 빨아들이고 있는 형편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체온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더운 곳은 더워서 견딜 수 없고, 조금만 시원한 곳에 있다 보면 이내 쌀쌀해지곤 한다. 금세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기분이 든다.


인간은 외부 온도와는 관계없이 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항온동물이다. 변온동물도 아닌 우리가 가는 곳마다 급격한 온도의 차이를 느껴야 한다면 이 몸이 어떻게 버텨 내겠는가? 정작 말은 그렇게 하는 지금도 나는 지하철 안에서 에어컨이 가장 시원하게 나오는 지점을 찾아 그 아래에 서서 글을 쓰고 있다.


문득 해마다 조금씩 더 더워지는 날씨를 보며 내년 여름은 또 어떻게 날까 싶은 걱정부터 들었다. 환경학자들이 말하는 6°C의 기온 상승이 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 인간의 오만이 불러들인 비극이다.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잘못이 아닌 게 없는데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래 묵힌 내 장롱면허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