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무엇을 하든 자신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다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자신감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확고한 목표 의식과 어떤 일에 대한 열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생성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자신감과 자만심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 사전적인 정의를 봐도 이 둘은 크게 차이가 나는 낱말이다.
자신감: 어떤 일을 스스로의 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
자만심: 자신이나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스스로 자랑하거나 뽐내는 마음
두 낱말의 정의만 비교해 봐도 ‘자신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크면 클수록 어떤 일을 해 나가는 데에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반면에 ‘자만심’은 하등의 좋은 점이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어쩌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마음가짐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런데 데 이 ‘자신감’과 ‘자만심’ 사이에는 또 다른 낱말이 하나 들어와야 할 것 같다. 바로,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줄여서 일컫는 말인 '근자감'이다.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이 의외인 이 낱말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낱말이다. 여기에서 꼭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자신감에서 파생된 듯 보이는 이 근자감은 밑도 끝도 없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엔 분명히 자신감의 또 다른 형태로 발현된 말이 아니겠나 싶다. 그런데 어쩌다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 되었을까?
끊임없는 노력이나 처절한 자기반성 등이 뒤따르지 않는 상태에서 어떤 일을 맹목적으로 할 때 우린 무슨 자신감으로 그 일을 하고 있느냐며 반문하게 된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누가 봐도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얘기가 될 테다. 이렇게 근자감이 충만한 상태가 지속되면 이내 자만심으로 변질되고 만다.
당연히 우린 무엇을 하든 자만심이 아닌 자신감을 갖고 살아야 한다. 자신감은 건강한 자존감, 즉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을 때 확립되는 건지도 모른다. 자, 그렇다면 이 자존감은 또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가령 우리가 어떤 일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끝까지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할 것이다. 그 일을 시작하던 때에 가졌던 그 마음, 초심일 테다. 이 초심이 바로 자존감을 갖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초심에는 그 일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은 물론 시작하게 된 계기 등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그 초심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그래서 어떤 일에 대한 진전이 더디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자신을 북돋우기 위한 방편으로 '초심을 지켜야 한다'라는 표현을 쓴다. 앞에서 말했듯 이 초심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은 그것이 바로 자존감으로 직결되고, 그 자존감이 자신감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든 이 초심을 잊어선 안 된다. 대체로 초심 속에는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의욕만 들어 있게 마련이다. 즉 터무니없는 욕심이라거나 이기적인 마음과 같은 불순한 것들이 섞여 있지 않다는 얘기다. 다른 건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았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단지 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생각 하나로 출발했을 뿐이다. 그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초심의 실체다.
문득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그때를 떠올려 본다. 글도 못 쓰는 주제에, 게다가 갓 브런치스토리에 들어와 겨우겨우 글을 쓰기 시작한 그때에 과연 내가 어떤 과욕을 부릴 수 있었을까? 어쩌면 요령 같은 것도 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오직 한 편의 글을 완성하겠다는 생각 외엔 그 어떤 불순한 마음 따위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면 그 마음은 무엇으로 보상을 받았을까? 한 편의 글을 기어이 다 써냈다는 작은 성취감, 내게는 그것 하나만 있어도 충분했던 때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엔가 아마도 나는 초심을 잃고 만 게 아닌가 싶다. 그 말은 곧 자존감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자존감이 희미해지니 글을 쓸 때에도 자신 있게 쓰는 게 쉽지 않게 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초심을 잃어버린 나는 조금 더 편하게 글을 쓰려고 예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잔머리를 쓰게 된다. 늘 해왔던 패턴, 즉 루틴을 군말 없이 수행하던 때와는 이미 생각도 마음도 달라져 버린 것 같다고나 할까? 굳이 이런 걸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 사소한 것쯤은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다는 오만감, 즉 근자감이 팽배했던 탓이겠다.
그 많은 일 가운데 굳이 글쓰기라는 것 하나를 골라서 이 일이 아니면 안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그때를 떠올려 본다. 그때 오직 내게 있던 생각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더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도 마음껏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어떤 기준이나 규율 같은 것도 나를 옭아매지 못했다. 어디에 있든 혹은 언제든 글을 쓸 수 있는 조금의 틈이라도 생기면 글을 쓰곤 했다.
과연 지금의 나는 초심을 지키며 글을 쓰고 있을까? 기껏 글을 써 놓아도 하루에 세 명도 읽지 않던 2년 반 전의 시간이 떠오른다. 그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글만 썼던 그 순수했던 마음이 아직 내게 남아 있을까? 구독자도 한 명 없고 댓글은커녕 라이킷도 하나 없던 그때에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해하던 그 순수했던 마음이 여전히 내게 남아 있을까?
어쩐 일인지 요즘 따라 초심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논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맞다. 살다 보면 뭔가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아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어딘가에 숨어 있는지도 모를 테니까.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그것을 찾아 나서면 될 일이다. 내게도 분명히 있었던 그 ‘초심’을 찾아야겠다. 이 초심으로 ‘자존감’부터 세우고, 무엇을 하든 자신감이 넘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