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한 번 한다고 작정하면 뿌리를 뽑을 때까지 덤벼드는 성격인 탓에, 비교적 나는 시간 관리를 하며 살아가는 편이다. 물론 반성해야 할 부분은 적지 않다. 내 행동에 대해 만족한다고 표현한다면 그것만큼 거만한 건 없을 테다.
왜, 시간이라는 것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열심히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가며 생활하는 사람에게도 주어진 시간이 24시간이듯, 하릴없이 빈둥거리며 지내는 이에게도 딱 그만큼의 시간만 허용될 뿐이다. 게다가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이 시간이라는 녀석은 저 혼자 멀리 가버리기 일쑤다. 결국 어쩌면 인간이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시간에 대해 조금은 특별한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바로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은 뒤부터다. 모모를 읽어본 사람들은 그 장면을 알고 있을 것이다. 회색 신사가 이발사를 찾아가 기발한 계산 과정을 들이대며 당신은 시간 관리에 실패한 사람이니 자신에게 시간을 팔라고 설득하는 부분 말이다. 사실 난 그때 그 대목을 읽고 큰 충격에 사로잡혔다. 아무리 동화 혹은 소설적 설정이라고 해도 꽤나 그럴싸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회색 신사가 내게 와서 똑같이 요청한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앞에서 말했듯 내게 주어진 시간은 24시간뿐이다. 모양을 일그러뜨릴 수 없는 완벽한 틀 속에 갇힌 이 시간이라는 녀석을, 과연 내가 무슨 수로 다스릴 수 있을까? 결국 정해진 24시간 안에서, 이 시간을 그래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방법을 적어볼까 한다.
먼저, 포기해야 할 것과 앞으로의 여생에 있어 함께 갈 녀석들을 선별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무리 바둑을 좋아하고 배드민턴을 더 배우고 싶다고 해도, 혹은 남들이 좋다며 같이 골프를 치자며 끈질기게 꼬드긴다고 해도 이 많은 것들을 다 하며 살 수는 없다. 한동안 고민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렇게 해서 내 옆에 살아남은 녀석이 책 읽기이고 글쓰기였다.
간혹 글은 쓰고 싶은데 도저히 바빠서 쓸 엄두가 안 난다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조금만 얘기해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정말 바빠서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라, 포기하고 버려야 할 일에 아직도 적지 않은 시간을 쏟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 이렇게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찾아낸다면 그 일에 드는 시간은 고스란히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잠을 줄이는 방법이다. 난 원래 잠이 무척 많은 사람이다. 휴일에 누가 깨우지 않고 내버려 두면 족히 열댓 시간씩은 자는 사람이다. 그런데 살아보니 할 거 다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게다가 자기가 마음먹은 걸 최대한 많이 해야겠다면 어딘가에서 시간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 결과 난 대략 5시간 정도 잔다. 꽤 오랜 기간 몸에 익어서 그런 것인지 이제는, 5시간을 자든 10시간을 자든 별 차이가 없다는 것도 안다.
마지막으로 내가 시간 관리를 위해 선택한 방법은 운전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내가 있는 직장은 운전하면 왕복 2시간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곳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대중교통으로 다니면 5시간이나 걸린다. 통근하는 데에 3시간이 더 소요되는 걸 두고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냐고 하겠지만, 이 5시간 동안 나는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핸들을 손에서 놓으니 비로소 가능해진 일이다. 운전을 하며 다니던 12년 전까지만 해도 꿈도 꿀 수 없던 일이었다.
난 지금 세상에서 내가 시간을 가장 잘 관리한다는 따위의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바쁘다고, 뭔가를 하고 싶은데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방법을 쓰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최소 하루에 6시간 이상의 여가 시간을 찾아냈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내게는 존재하지 않았고, 찾을 수도 없던 시간이었다. 혹시 시간을 관리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다면 먼저 숨어 있는 시간부터 찾아보라며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