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즘은 앉아서도 천 리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평생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외국의 어느 낯선 곳을 마치 가 본 것처럼 행세하는 게 가능하다. 언제 어디에서든 말도 통하지 않고 일면식도 없는 어느 외국인의 일상을 엿볼 수도 있다. 생각을 확장하고 간접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어디 이뿐일까? 우리가 몰랐던 많은 사실들이나 전혀 관심이 없던 일에 대해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정보를 흡수하기도 한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난 현장에 마치 우리가 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그 상세한 내막까지 알아낼 수 있다. 이만하면 그야말로 백과사전이 따로 필요치 않은 세상이 된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상당한 정도의 지식이나 식견을 쌓게 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모든 게 인터넷이 발달하고, 각종 SNS와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정보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기저기에서 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자신의 생각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려 애를 쓰는 이들의 수고와 노력 덕분에 우린 안방에서 편하게 이 모든 것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더는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장점이 있듯 그렇지 못한 점도 있게 마련이다. 수많은 정보들을 이처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도, 어찌 된 일인지 이 모든 것들이 없던 때와 비교했을 때 사람들은 더 짙은 외로움과 허무함을 느끼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출처도 모르고 확인이 미처 안 된 소위 가짜 뉴스까지 판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웃고 떠들며 즐길 때는 언제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젖어드는 것도 다 그 때문이 아닐까?
마치 열심히 어딘가에 참여하고 있는데도 정작 '그 속에 나는 없더라'라는 깨달음을 얻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러면 이럴 때 우린 어디에서 우리 자신을 찾아야 할까?
종종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들려준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만든 소수의 기술자라고 말이다. 어쩌면 그들은 희대의 천재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천재들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 어느 누구든지 한 번 빠져들면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게 바로 휴대전화기 때문이다. 가령 드라마 제작자들은 사람들이 1회를 보고 나면 그다음 회차도 반드시 보게끔 만들 게 분명하다. 첫 회만 보고도 시리즈 전체를 다 본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면 그건 잘못 만든 드라마일 테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 좋은 걸 무분별하게 쓰고 있는 우리가 현명하지 못할 뿐이다. 명색이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 이상 나는 가급적 휴대폰을 사용할 때 늘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휴대전화의 마수에서 우리가 무슨 수로 빠져나갈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는 아무리 자제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해도 이 함정에 걸려들 소지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각자는 휴대전화의 늪에서 헤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 휴대전화도 없이 살겠다는 결심을 하긴 쉽지 않을 테지만, 이 손바닥보다 약간 더 큰 고철 덩어리 따위에 빠져 우리의 귀한 시간을 탕진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학교에서는 수시로 휴대전화의 과사용 및 의존도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이나 생활 습관 등을 점검하곤 한다. 당연히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어른들은 과연 여기에서 자유로울까 하는 것이다. 더는 쓰레기로 우리의 뇌가 가득 차기 전에 도파민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기꺼이 휴대전화를 멀리 치워 버릴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