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동안 포기해야 하는 것들

by 다작이

한정된 재화가 있다. 그런데, 사고 싶은 물건은 많다. 이럴 때 그 모든 걸 살 수 있으면 좋겠으나, 그럴 만한 사람은 지극히 드물 테다. 이때 어느 한 가지를 사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이렇게 발생한 가치가 바로 기회비용이다. 사전에는 어떤 자원이나 재화를 이용하여 생산이나 소비를 하였을 경우에 다른 것을 생산하거나 소비했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잠재적 이익이 기회비용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뜬금없이 경제학 용어를 여기에서 거론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 기회비용을 생각할 때가 흔히 있기 때문이겠다.


사람이 어찌 일만 하고 살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린 일을 하고 남은 시간에도 삶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러한 것들 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더 자주 하게 되는 걸 두고 취미라고 말한다. 취미로 하는 활동이 어떤 경지에 이르러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게 되면 이를 일컬어 특기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에게 종종 취미와 특기가 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건 자기가 뭘 많이 하는지, 혹은 뭘 잘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우리도 살아가면서 적지 않은 취미를 갖게 되고, 그중의 한두 가지쯤은 누구에게든 소개할 만한 특기가 된다. 여기에서 종종 취미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비용이 꽤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러는 특정한 장소에 가야만 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심지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활동도 있다. 이렇게 고비용이 드는 취미를 갖는다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은 즐길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취미에 너무 깊이 빠져 들면 간혹 본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혹은 본업 외에 자기가 꼭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배드민턴이나 골프 같은 운동에 빠져들게 되면 너무 자주 집을 비워 가족과의 관계에 있어서 불화가 발생하거나 피로감이 극에 달해 본업에 게을리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만약 상황이 이렇게까지 이른다면 그 취미 활동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이때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되는 기회비용에 집착하게 되면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 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가령 내 경우에 지금처럼 글을 쓰지 않고 배드민턴에 시간을 더 쏟아붓는다면 건강이라는 기회비용을 날리는 셈이 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나 역시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이유로 인해 접어야 했던 일들이 적지 않았다. 사실 그건 상당한 용기와 결의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 좋아하던 일에 더는 매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라고 왜 아쉽지 않았을까?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독서나 글쓰기는 어디까지나 취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은 특기라고 할 만한 것도 못 된다. 더군다나 이것들이 내 본업 또한 아니다. 그 말은 곧, 독서나 글쓰기도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손에서 놓을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다.


살면서 포기한 것들이 있는가? 분명 가끔은 그 일이 생각날 때가 있을 것이다. 간혹 오랜만에 해봤는데, 적성에 너무 잘 맞거나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정도로 느낌이 좋았던 적도 있을 것이다. 이때 우리는 잘 판단해야 한다. 더 중요한 일-가령 내게 그건 글쓰기였다- 을 도모하기 위해 그걸 완벽히 손에서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가장 좋은 취미로 삼을 수 있지만, 그러려면 시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즉 그걸 하기 위해 다른 활동 한두 가지는 미련 없이 접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하고 싶은 모든 활동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몸이 두 개 이상이 아닌 한 그건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것을 버려야 하는지, 혹은 취해도 되는지 잘 가려내야 하지 않겠나 싶다. 결국 인생이란 건 이런 결단과 선택에 다름 아닌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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