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주말

by 다작이

학교가 온통 썰렁하다. 아마도 반경 50m 안에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없을 것 같다. 다시 또 주말을 맞이하는 들뜬 마음들이 실내에 가만히 앉아 있던 내게도 전해진다. 어제와는 달리 여기저기에서 두런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다들 저렇게 좋을까?'

오늘 하루 마주치는 사람마다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 없었다. 오죽하면 늘 찡그리고 있는 저 사람의 표정이 원래부터 저랬던가 싶을 정도다. 도대체 주말이 다 뭐라고, 이렇게나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다.


주말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똑같은 하루일 뿐이다. 단지 일을 쉰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물론 나도 출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좋은 건 사실이다. 직장이라는 것에, 혹은 간혹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좋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도 어쩌면 나와 똑같은 이유로 주말을 좋아하는 게 아니겠나 싶다. 표정만 봐도, 아니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어떤지 충분히 짐작이 갈 정도다. 뭐, 그렇다면 주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이유도 없겠다.


퇴근 시각에서 고작 20 분 지났을 뿐인데, 학교 안 어디를 가도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주차장엔 차 한 대 없다. 지금처럼 학교가 조용하면 조용할수록 나는 좋다. 처리해야 할 자잘한 일이 몇 가지 있어서 학교에 약간 더 머무르다 가는 내게는 그만큼 평화로운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아이들도 더 키워놨고, 집에 간다고 해서 특별히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이럴 때에는 남아서 쉬엄쉬엄 일하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다. 물론 주말을 앞두고 혼자 이렇게 청승을 떠는 건 마음에 덜 들지만 말이다.


내게 있어 본격적인 주말은 오늘 집에 간 뒤부터다.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몇 가지 일들을 처리하고 고즈넉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잠자리에 드는 시각, 바로 그 시간대가 어쩌면 내게 주말을 알리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때가 어쩌면 주말보다 더 짜릿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갖가지 생각들에 빠져드는 동안 어느새 난 주말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토요일인 내일은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 또 다음날인 일요일은 어떤 계획 속에 어떤 시간을 보낼까 하며 조금은 즐거운 생각에 빠져든다. 밤이 이슥해져 가는 줄도 모르고 생각에 빠져 있다 보면 어느새 두 눈꺼풀은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눕는다고 곧장 잠이 올 리는 없다. 한두 시간 남짓 되는 그 꿀 같은 시간에 그냥 잠들기가 아까워 평일에는 하기 어려웠던 일을 꺼내본다. 그동안 묵혀 두었던 글을 차근차근히 읽고 다듬어 본다. 내일부터 이틀 동안 실컷 할 수 있지만, 그 시각에 꺼내드는 글은 어딘지 모르게 새롭다. 낮에는 하지 못했던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는가 하면, 밤이라서 더욱 말랑해진 마음으로 다듬을 수도 있다. 글이 예전보다 더 나아지진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생긴다는 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어쨌거나 한 주간 내 나름으로는 열심히 일했다. 그렇다면 내게 주어진 주말을 즐길 자격은 충분히 있지 않을까? 문득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치니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막상 집에 가려면 첩첩산중인 데다 일거리도 약간 남았지만, 유쾌한 생각을 해서인지 한결 마음이 가볍다. 일단은 하던 일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끝내는 게 순서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침보다 더 춥게 느껴질 테지만, 그래도 이제부터는 주말이 아니던가? 남들이 그렇게 좋다고 하는 주말을, 나도 한 번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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