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면 다른 이웃들의 글을 읽곤 한다. 내 글처럼 거의 읽을거리가 없는 게 있는가 하면 참 잘 썼다는 표현 외엔 달리 생각날 게 없는 그런 글도 있다. 물론 더러는 이곳에 글을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글을 볼 때도 있다. 그런 글을 읽으면 당연히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더 많듯 발행되는 글의 수준차도 각양각색이다. 으레 그런 글에는 댓글을 달기 마련이다. 모르긴 몰라도 해당 댓글을 받은 사람은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만큼 자기 글이 좋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일 테다.
매번 달지는 않더라도, 마찬가지로 내 글에 댓글이 그리 빈번하게 달리지는 않더라도 댓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딘지 모르게 좋은 기분을 갖게 한다. 게다가 어떤 댓글은 다음 글을 쓸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댓글이 종종 달린다. 일단은 비교적 장문이라 첫 글자를 읽기 전부터 마음이 설렌다. 댓글의 긍정적인 작용을 믿기 때문이리라. 어지간해서는 다른 이웃들의 글을 꼼꼼히 읽지 않고 '라이킷'부터 누르는 게 이곳의 관행임을 알기에 그런 댓글이 더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제대로 읽고 댓글을 달았을 거라는 믿음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정작 댓글을 읽어보면 도대체 무슨 의미로 단 건지 의아할 때가 많다. 그 장황함 속에 아무런 내용이 없는 댓글이었다. 거짓말 같지만 단 하나의 낱말도 건질 게 없는 것이었다. 애써 다 읽고 나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글을 쓴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단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 같은 댓글을 왜 달았는지도 모르겠다. 댓글 작성자가 누구인지 안다면 솔직히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문제의 댓글을 옮겨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은 식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에 사는 한국인이고, 곧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라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어요. 글을 정말 재미있게 썼고, 따뜻한 마음을 느꼈어요. 여러분과 같은 훌륭한 사람과 친구가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괜찮다면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고 싶어요. 제 아이디는 ***입니다.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댓글 작성자가 미국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것과 곧 귀국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얄팍한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는 건 아니다. 설령 작성자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굳이 그걸 알아야 할 이유가 내게는 없다. 이런 식으로 댓글을 다는 사람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이유도 물론 없다. 도대체 그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다음으로 그가 한 말에 대한 저의가 의심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그의 말처럼 내가 해당 글을 정말 재미있게 썼다고 믿지도 않을뿐더러, 그 글이 따뜻한 마음을 느낄 만한 그런 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내가 쓴 글을 전혀 읽어 보지 않은 상태에서 댓글을 단 게 분명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똑같이 달 게 틀림없어 보였다. 일고의 가치가 없는 댓글인 것이다.
원래 나는 타인이 내게 단 댓글을 함부로 삭제하지 않는다. 그건 아마 다른 사용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내 글에 댓글을 달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댓글이란 건 그만큼 가볍게 볼 수 있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 즉 타인이 단 댓글을 지운다는 건 크나큰 결례라는 것이다. 그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얼마 전에 이 댓글이 처음 달렸을 때 몇 번 고민한 뒤에 지웠다. 뭔가 광고성 짙은, 혹은 스팸성이 농후한 댓글을 내 글에 남겨 놓기 싫었다. 뭣도 모르고 먼저 나를 구독한 그를 나 역시 구독했었는데, 그것도 취소했다.
한 번 삭제했던 게 화근이었을까? 바로 어제, 같은 내용의 댓글이 같은 사용자의 이름으로 또다시 달려 있었다. 이번엔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곧바로 삭제했다. 설마 세 번이나 같은 댓글이 달리겠나 싶긴 한데, 막상 또 보게 되면 은근히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
이런 것도 사용자에겐 충분히 모종의 피로감을 줄 수 있다. 시스템 상 그런 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브런치 자체 내에서 이런 사용자들의 접근이나 구독 및 댓글 달기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