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타인에 대한 쓸데없는 관심

by 다작이

사람마다 관심 있는 분야가 다른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성격이나 취향이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멀리서 볼 것도 없다. 네 명밖에 안 되는 내 가족만 해도 각자가 관심을 기울이거나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인정해 주고 관심을 갖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보람이 아닐까? 어쨌거나 그건 그 나름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점이 있다.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들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자기만 잘 살면 될 텐데, 어쩐지 그것 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다들 왜 그렇게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는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삶이 별 볼 일 없으면 괜스레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연예인의 삶과 하등의 가치도 없는 그들의 가십거리 등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마치 그게 정설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떤 연예인의 삶의 변화에 대한 소식을 알지 못하면 타인과 대화할 때 세상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쯤으로 취급하곤 한다. 심한 경우엔 대화 자체에 끼지 못하기까지 한다. 그 때문인지 우리는 습관처럼, 각종 포털사이트의 메인에 장식되는 그들의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컴퓨터로 브런치에 접속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 에지를 실행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메인 화면의 주요 최신 뉴스들이 노출되는 것을 보게 된다. 집에서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와 직장에서 나 혼자 쓰는 컴퓨터는 이런 뉴스 자체아예 노출되지 않게 설정놓았지만, 직장에서 공용으로 쓰는 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봐야 한다.


얼마 전에 카카오톡 메신저가 대대적으로 개편된 이후 필요 이상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왜 아무 관심도 없는 직장 동료나 상사의 근황에 대한 사진이나 글을 열람하게 만들었냐는 것이다. 매번 노출되는 뉴스 피드는 내게 이런 류의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왜 사람들은 고작 그런 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걸까? 한 남자 연예인과 또 다른 여자 연예인이 꽤 긴 시간 동안 열애를 한 모양이다. 뭐, 여기까지는 참을 만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죄가 아니니까. 그런데 불과 얼마 전에 그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뉴스가 떴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왜 헤어졌는지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그러던 중에 그들과 관련한 새 소식이 떠돌았다. 그 두 사람 중 남자가 다른 여자 연예인과 또 열애에 빠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사람들에게 이슈가 되었다. 환승 연애니 아니니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남자의 인성을 탓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건 말건 간에 그들의 근황이 왜 이렇게도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끄는 걸까? 단지 연예인이라서 그런 걸까? 환승 연애를 했든 설령 양다리를 걸쳤든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다들 호들갑을 떠는지 이해가 좀처럼 난 이해가 안 된다.


그러던 차에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었던 또 다른 남자 연예인이 결혼을 발표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당당히 검색어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어딜 가나 그 얘기는 빠지는 법이 없다. 또 한 번의 술렁임이 일었다. 아무리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그들이라 해도, 그래서 그 일거수일투족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게 당연하다고 해도, 정작 사람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내 삶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살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게 아니라 내 삶에 보다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