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결혼정보업체에서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내놨다. 2030 세대 미혼남녀가 생각하는 이상적 배우자 상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업체는 25~39세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이상적인 배우자의 조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배우자의 신장, 연 소득, 자산 규모, 나이 차이, 학력, 그리고 배우자의 직업이 주된 내용이었다.
먼저, 여성에게 있어서의 이상적인 배우자 상은 다음과 같았다.
신장: 178.7㎝
연 소득: 6067만 원
자산 규모: 3억 3491만 원
나이 차이: 2세 연상
학력: 4년제 대졸
배우자 직업: 일반 사무직 남성
다음은 남성이 바라는 이상적인 아내 상이다.
신장: 164.2㎝
연 소득: 4377만 원
자산 규모: 2억 1692만 원
나이 차이: 2.3세 연하
학력: 4년제 대졸
배우자 직업: 일반 사무직 여성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희망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결혼이 성사되는 최소한의 조건은 아닐 것이다. 최소한 이 정도의 스펙은 갖추고 있어야 그나마 거들떠볼 만하다는 뜻이 아니겠나 싶다. 미혼 남녀의 결혼관이 이런 정도라는 건 흥미를 떠나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어딘지 모르게 약간은 씁쓸한 마음까지 드는 게 사실이다. 남자와 여자, 각각의 인식에 있어 다소 차이는 있지만, 조사 결과를 단적으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오는 듯하다.
키 작은 사람과는 살 수 없다.
돈을 적게 버는 사람과는 살 수 없다.
가난한 사람과는 살 수 없다.
교육을 많이 받지 않은 사람과는 살 수 없다.
자신의 배우자 감으로 최소한 이 정도의 조건은 보겠다는데, 그들의 생각을 어찌 탓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결혼정보업체에서 한 조사라고 하니 무엇보다도 배우자의 조건이 어떠한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긴 하다. 다만 과연 조건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그렇게 크게 작용하는가 싶은 의문이 든다. 너무 대책 없는 결론인지는 모르겠으나, 도긴개긴이라는 생각만 든다. 조건이 좋으면 좋은 대로 혹은 열악하면 열악한 대로 그 나름의 문제가 있을 뿐이지, 현실적인 문제를 말끔히 걷어낼 만한 절대적인 조건은 없는 것 같다는 얘기다. 막상 결혼해서 24년 가까이 살아보니 어느 정도의 의미는 있겠지만, 미주알고주알 따진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신장 같은 조건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사람의 생김새가 미래를 좌우하는 게 아니듯 키가 크고 작고의 문제가 의식주를 해결하는 조건은 아니기 때문일 테다. 그나마 이 다양한 조건들 중에서 연 소득을 고려하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당장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산 규모를 운운하는 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기본적인 재산이 어느 정도 있으면 좋은 건 맞다. 그런데 본 조사 결과처럼 2~3억이 넘는 돈을, 선대에게서 물려받지 않은 이상 미혼 남녀가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 하고 살고 싶다는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극히 현실적이지 못한 조건이 아닌가 싶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결혼이란 부족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결점들을 채워가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출발은 미미하다고 해도 하나하나 살림살이들을 마련해 가는 재미로 살아가는 게 결혼이라고 말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