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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큼 잔다는 것

426일 차.

by 다작이 Mar 27. 2025

어제 자려고 누운 시각은 밤 12시 반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보니 6시였고요. 전체 수면 시각은 다섯 시간 반 정도 됩니다. 잠들기 전까지의 시각을 고려한다면 넉넉히 다섯 시간 잔 셈입니다. '넉넉히'라고 표현했으나 과연 넉넉한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얼마나 깊이 잠든 상태였는지는 저로선 알 길이 없습니다. 모든 주변의 자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사위가 고요한 상태에서 자는 게 정상적인데 그렇게 하진 못한 듯합니다. 그런 것도 일종의 욕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잘 때마다 유튜브로 뭔가를 틀어 놓는 게 습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것 때문인지는 모릅니다. 분명히 영상의 소리를 얼마 동안은 들었지만, 어느 순간 잠이 든 뒤로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요. 아마도 어떤 자료에서 본 기억을 믿고, 매일 밤 동영상을 재생해 놓고 잠이 드는 모양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일입니다. 자려고 눕기 전에 의례적으로 하는 두 가지 행동 중에 하나가 바로 유튜브 틀어 놓기거든요. 물론 나머지 하나는 알람 설정이고요. 그 두 가지가 완료되면 비로소 불을 끄고 눕습니다. 이제 그만 자도 좋다는 신호가 떨어지는 셈입니다.


잠이 든 동안은 제가 선잠을 자는 중인지 아니면 숙면에 든 건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일어나 보면 늘 찌뿌둥하고 조금 더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아마 이건 모든 사람들이 아침마다 겪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는 이걸 실행에 옮기다 아침에 늦게 되기도 할 테고요. 저 엑시 매일 아침 이 유혹에 빠지곤 합니다. 그나마 어떤 식으로든 그 유혹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있으니 출근하게 되는 겁니다. 만약 거기에 한 번이라도 굴복한다면 학교에 지각하게 될 테니까요.


적어도 제 기억으로는 그렇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자고 일어났을 때 단 한 번도 개운하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늘 조금 더 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뒤척이곤 합니다. 우선 알람부터 끕니다. 어떤 날은 다시 잠이 들기도 하지만, 일어나야 할 그 순간으로부터 10분 정도 더 늑장을 피우다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곤 합니다. 올해는 담임을 맡지 않아 지각해도 큰 부담감은 없지만, 늦으면 택시를 타야 하니까 어떻게든 서두르게 됩니다. 버스 타면 충분할 일을, 생돈을 15000원이나 써 가며 굳이 택시까지 타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몇 군데 찾아보니 사람에 따라서 전체수면량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사실 하나 마나 한 소리입니다. 다만 어른의 경우에 보통 6~9시간은 자야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평균적으로 7시간 반 정도 자면 정상이라고 하네요. 거기에 비추어 보면 오늘은 고작 다섯 시간 잤으니 잠이 모자라나 싶었습니다. 뇌파 측정에 따른 연구 결과이니 반박의 여지가 없는 것일 테고요. 다만 여기에서도 그건 밝히고 있었습니다. 정상치라고 하는 것은 잠의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입니다.


늘 드는 생각입니다만, 매일 밤 취침 전의 시간이 제일 아까운 시간입니다. 제게는 하루 중 완벽하게 맞이하는 자유 시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때가 되면 전 마음 놓고 글을 쓰거나 책을 보곤 합니다. 종종 글쓰기와 관련해서 참고할 영상이 있으면 몰아서 보기도 합니다. 그래 봤자 네 시간 정도지만 저 나름으로는 얼마나 알차게 쓰고 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러니 매일 이 시간이 제겐 너무 아까운 겁니다. 뭔가를 하나라도 더 하려고 몸부림치다 늦게 잠이 들기도 하고요.


결국은 욕심 때문입니다. 잠들기 전에 하나라도 뭔가를 더 하려는 욕심 때문에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런 사실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그러지 않아야겠다는 나름의 다짐도 해 봅니다만, 과연 제대로 실행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음 백과사전을 보면, 잠의 형태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단순한 형태로 변해간다고 합니다. 영아기엔 자주 먹어야 되기 때문에 자주 깨고 잠이 들지만, 자라면서 밤잠이 깊고 길어진다고 하고요. 그러나 노인이 되면 다시 잠의 형태는 어린이와 같이 복잡한 형태를 띠게 된다고 합니다. 즉 나이가 들어 갈수록 자주 깨고 자주 자야 한다는 얘기겠습니다. 잠에 대한 보다 더 확실한 지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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