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관심

by 다작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연예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동경할 때가 많다. 일반적인 평민의 삶으로는 감히 올라갈 수 없는 그 최고봉의 자리에 오른 그들을 보며, 우리도 언젠가는 저렇게 살 날이 오겠지, 하는 부러움을 갖게 되기 때문이랄까? 사실 그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이 정도의 생각에 그친다면 다행일 테다. 정작 문제는 그들의 삶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모습의 이정표가 되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이룬 부, 그들이 누리고 있는 것들을 우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라는 것이다.


생각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최소한 이 문제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마치 그걸 평생의 숙원사업이라도 되는 것처럼 안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그런 생각 때문인지 요즘 중매 시장에서 여자들이 결혼하는 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까지 들릴 정도다. 단적으로 말하면 여자들의 눈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굳이 이 얘기를 여자에게만 한정하는 이유는, 각종 미디어들에 노출되거나 영향을 받는 일이 남자보다 현저히 많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인스타그램 따위의 SNS도 큰 몫을 한다.


연예인이라는 특성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쉬운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일까, 일반인이 꿈꾸기도 힘든 제주도에서 수년간 전원생활을 해왔다는 누군가가 그곳에서 떠나게 된 것이 왜 이슈가 되는지, 가족의 빚으로 실존을 위협받는 일부 연예인들에게 왜 우리가 공감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자기 삶에 대한 책임감의 부족으로 일어난 것일 텐데, 하루하루를 살아내기도 버거운 우리가 왜 그들의 삶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까? 삶에 대한 애착이나 자긍심 등이 희미해서 벌어진 일에 왜 우린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걸까?


언젠가 가족의 무분별한 경제관념과 소비 활동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한 연예인의 사연이 알려져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달군 적이 있었다. 지극히 사적인 일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한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 술 더 떠서 사람들은 그 연예인과 가족 각각의 편에 서서 갑론을박도 서슴지 않았다. 사실 그를 연예인이라 지칭하기는 어렵다. 한때 스포츠계를 주름잡았던 사람이었으니까. 어쨌건 간에 지금은 스포츠가 아닌 다른 예능 등에서 요즘 TV에 모습을 비추고 있으니 편의상 연예인이라고 해야 할 것 같긴 하다. 아무튼 그는 가족 때문에 꽤 깊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서도 반대급부에 있는 유명 축구 선수의 부친이나 세계적인 야구선수의 부모의 언행 등이 매스컴에 함께 거론되기도 했다.


아마 사람들은 이를 보며 왜 이렇게 서로가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생각해 볼 것이다. 앞서 말한 축구 선수나 야구 선수의 경우엔 한 가지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아들이 땀 흘려 번 것은 어디까지나 아들의 것이라는 생각이겠다.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어딜 감히 아들의 재산에 숟가락을 걸치려 하느냐, 하는 것이 그들의 삶의 철학인 셈이다. 부모와 자식은 별개의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낳고 기르느라 수십여 년간 고생한 건 틀림없지만, 이미 장성한 자식은 내 것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테다.


결국 자식은 내 것이고 그러므로 자식이 가진 그 모든 것도 내 것의 일부가 된다는 등의 허무맹랑한 생각을 가졌기에 일어난 일이 아니겠는가? 자식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자식이 가진 재산을 함부로 탈취하거나 사용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게 아닐까? 자식은 자식이고, 부모는 부모일 뿐이다. 두 쪽 다 독립된 존재라는 말이다. 그들 각자에겐 그들의 삶이 있고, 이는 서로 침범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과 애착을 가졌으면 좋겠다. 자식이라고 해서 당연하다는 듯 부모에게 어떤 책임을 전가하거나, 부모라고 해서 자식은 마땅히 공동 운명체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자기 삶에 대한 철학이 없으니 일어나는 일이겠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더 이상은 자기 철학이 필요 없어 보이는 게 지금의 현실처럼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려면 내 삶의 철학을 꼿꼿이 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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