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는 말로 내겐 역마살이 끼었는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아내가 내게 어딜 그렇게 갈 곳이 많기에 만날 쏘다니냐며 물을 정도였다. 정말 그 역마살 때문에 내가 그러는 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집에 가만히 있는 걸 못 배기는 성격인 건 분명하다. 한없이 게을러터져 집에선 마냥 늘어지는 탓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봤자 내가 다닐 만한 데는 몇 군데 안 된다. 공공도서관 아니면 카페뿐이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통 카페를 가지 않으니 공공도서관이 아니면 이제 갈 곳도 없다.
결국 이 황금 같은 연휴를 앞두고 나는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내일부터 무려 열흘 간의 연휴를 맞이해 놓고도 쓴 입맛만 다시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평상시의 연휴라면 정기폐관일인 이틀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8일 동안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장 완벽한 휴일 시나리오인 셈이다. 아무런 근심이나 걱정 없이 연휴를 맞이할 뻔했다. 적어도 내가 자주 가는 두 군데의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연휴 기간의 개방일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도서관 운영 관계자들도 쉬어야 하는 건 분명하고, 그들 또한 행복한 명절 연휴를 보내야 하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래서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말은 지극히 현실적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이기주의의 전형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왕 생각난 김에 몇 마디 말을 해 보려고 한다.
연휴 기간 동안의 도서관 개방일 수가 너무 적다. 모든 국민이 도서관 이용을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해도 실제로 주중엔 이용이 불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같은 직장인에게 연휴 기간은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이 연휴에 도서관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 그저 마음 아프다. 내가 이용하는 두 군데의 도서관 중 대구에 소재한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은 연휴 열흘 중에서 무려 절반이 넘는 6일 간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째 도서관인 칠곡군립도서관은 사정이 더 심각했다. 7일 동안 문 닫는다고 명시해 놓았다.
겹치는 날을 제외하더라도 그 긴 연휴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날은 나흘에 불과했다. 사실 도서관에 가 보면 연배가 지긋한 남자들이 많다. 어쩌면 나를 포함해서 그들까지 어디를 가야 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누군가는 아마도 명절 연휴에 도서관에 왜 가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명색이 명절은 오랜만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한데 모여 시간을 보내는 날이 아니냐고도 할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없는 사람, 함께 사는 가족이라고 해도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버거운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세상이다.
물론 그런 일부 몇몇 사람들이 갈 데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연휴 기간에도 공공도서관을 개방해야 한다는 생각은 무리가 따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과연 그런 이들이 일부에 지나지 않겠냐고 말이다. 전체의 몇 %를 차지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앞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게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열흘이나 쉴 수 있다는 건 직장인에겐 웬만한 휴가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시간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언제 이만큼 길게 쉴 수 있겠는가? 재충전의 시간 동안 도서관을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과연 적지 않은 사람에게 폐나 끼치는 무리한 요구일까?
언젠가 아들에게 내가 공공도서관을 운영하게 되면 파트타임 임시 직원을 뽑아서라도 휴관일이 없는 연중무휴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아들은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절대 도서관장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도서관 직원들도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최소한 내 생각은 현실적으로도 실현가능성이 아예 없다. 아무리 도서관장이 된다고 해도 한 사람의 뜻대로 운영할 수도 없겠지만, 공공도서관이라면 그게 더 어려울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먼 후일에 내가 사설도서관을 운영하지 않는 한 연중무휴 도서관은 꿈같은 일이다. 물론 내 밑의 직원들이 버텨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나흘이라도 여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여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