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드네의 실타래

by 다작이

희대의 괴물인 미노타우로스를 제거한 테세우스의 앞에, 한 번 들어가면 결코 살아 돌아올 수 없는 미궁에서 탈출해야 할 난제가 놓여 있었다. 그곳은 누구도 들어가면 나올 수 없기로 이름난 곳이었다. 기껏 큰 문제를 해결해 놓고도 살아남은 수많은 젊은 남녀의 생사는커녕 자칫하면 테세우스도 미로 속을 헤매다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때 그의 손엔 아리아드네가 쥐어준 실타래가 들려 있었다. 아리아드네는 이 테세우스에게 흠뻑 반했다. 그 실타래 덕분에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테세우스가 미리 늘어뜨린 실을 되감으며 미궁에서 탈출하게 되었다. 마치 그 모든 난관을 이겨낼 수 있는 게 사랑이라는 듯, 테세우스는 무사히 귀환활 수 있었다.


아마도 그때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꼬이지 않은 상태였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마음이 깃들어 있었으니까. 무엇이든 마음이 극에 달하면 하늘마저 감동하는 법이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일 테다. 당대의 최고 명장으로 손꼽히는 다이달로스가 만든 그 미궁 안에서 재물이 될 선남선녀를 호시탐탐 기다리는 미노타우로스를 제거하려고 기꺼이 미로 안으로 뛰어든 테세우스를 무사히 밖으로 나오게 한 것도 어쩌면 아리아드네의 마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다이달로스가 만든 미궁은 라비린토스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어느 누구도 한 번 들어가면 자력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곳, 그래서 지금도 어떤 일이 순리대로 풀리지 않고 꼬이거나 어떤 사건이 해결될 기미가 없이 답보 상태를 보일 때 '미궁에 빠졌다'는 표현을 쓴다. 꽤 오래전에 읽었던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기억나는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그 많던 이야기들 중에 왜 하필 아리아드네와 테세우스의 이야기가 그렇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을까?


우리는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문제에 봉착하게 될 때가 많다. 사실 그건 조금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누구든 문제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없고, 크고 작은 문제없이 살아가는 것만큼 무료한 삶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들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라 조금만 신경을 쓰면 금세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그중의 몇몇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해결하려고 들면 들수록 문제가 더 복잡하게 얽히고설키기까지 한다. 그럴 때마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같은 그런 것이 내게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아주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하나 있다. 언제부터 그 문제가 시작이 되었는지도 알고, 이 문제와 관련된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다. 게다가 어떤 루트를 밟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느낌까지 있을 정도이다. 더군다나 나에게는 누구보다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또한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한 지 무려 15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 해결하려고 모종의 노력을 할 때마다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거나 혹은 더 어려운 상태에 놓이곤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마구 인생을 산 것도 아니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조심에 또 조심하며 살아온 인생인데도 문제라는 녀석은 나를 비껴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내가 겪고 있는 이 문제는, 적어도 이제는 결코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긴 세월 동안 진행되어 온 문제가 지금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리가 없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깨끗이 포기하면 되는데 그 또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문젯거리는 관점을 어떻게 설정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아무런 걸림돌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는 내게 마음을 비우라고 했다. 때로는 완절무결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 마음조차도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게 인생이라고도 했다. 시대의 영웅을 살렸던 그 고귀한 사랑이 못내 부럽기는 하지만, 지금은 사람타령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닐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차근차근히 문제를 뜯어봐야겠다. 나도 모르는 실타래가 내게도 쥐어져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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