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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NS를 하지 않는 이유

by 다작이

"SNS는 인생의 낭비다."

영국의 명문 축구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이 한 유명한 말이다. 뭐랄까, 역시 한 분야에서 어떤 식으로든 두드러진 사람은 뭔가 달라도 다른 모양이구나 싶었다. 특히 요즘처럼 SNS를 빼놓고는 일상을 논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SNS에 목매는 세대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러건 말건 간에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SNS에 울고 웃곤 한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SNS에 빠져드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니다. 대면을 통한 인맥 쌓기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일 테다. 자기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분을 쌓으려면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맞춰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대면에 의한 인맥층이 얇아지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이유로 상하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엔 갑을관계에 따른 심리적인 지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죽하면 그런 획기적인 시스템을 개발한 사람조차도 자기 아이들에게는 성년이 될 때까지는 사용을 금지시키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을까? 그들도 스스로 그 폐단을 알고 있다는 뜻일 테다.


아마도 자기 정체성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닌지 모르겠다. 다시 말해서 자기조차도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겠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왜 나를 모르겠는가'라고 반문할 것 같기는 하지만, 여기에서 '나를 안다'라는 말은 타인에게 알려진 객관적인 지표로서의 '나'에 관련된 사항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타인은 결코 알 수 없는 보다 더 내적인 '자아'의 본질에 대한 걸 말하는 것이다. 자아의 본질이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철학적인 입장들을 뜻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 정체성'이 된다.


자기 정체성이 확립된 사람들은 SNS에 빠져 들지 않는다. SNS에 몰입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해 보지 않더라도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심지어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도 모를 리 없다. 그들은 불특정 다수가 모여드는 그곳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흔적을 남겨두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설령 직장에서의 요청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SNS를 사용한다고 해도 '좋댓구알(좋아요 누르기, 댓글 주고받기, 구독 신청하기, 알림 설정하기)' 따위에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이와는 달리 삶에 대한 인식이 희미한 사람들이나 자아정체성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SNS에 더 쉽게 빠져든다. 그들은 자기 삶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없기 때문에 마치 파도에 밀려왔다가 이내 쓸려나가듯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의 분위기에 맡겨 버리고 만다. 전망 좋은 곳에 가면 인증숏을 반드시 찍어야 하고, 맛있기로 이름난 음식점을 다녀가면 마치 자신이 처음 가 본 듯 호들갑을 떨어야 한다. 몇 줄의 멘트와 함께 SNS에 사진을 남긴다. 그들은 그때부터 타인이 자신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주기를 바란다. 우스운 건 '좋아요'가 달리지 않은 게시물은 자신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더러 누군가가 댓글까지 달면 뭔가 큰 기쁨이라도 얻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 보니 평균적인 자신의 삶은 어딘지 모르게 영 시시하고 마음에 들지 않게 여겨진다. 오직 위만 보며 사는 게 정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도중에 자신이 누리고 있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그들을 동경할 뿐이다. 한 마디로 자기 삶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자기 안에 있지 않고, 밖에서 찾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SNS에 빠진 사람들은 그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소확행'이라는 말로 합리화하곤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다고 알려진 '소확행'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걸 간과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그가 말한 소확행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거나 누리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그런 의미가 아닐지도 모른다. 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사람에겐 그것이 소확행인지 몰라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겐 방종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삶을 방기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요즘의 MZ 세대들이 말하는 소확행은 그저 왜곡된 이미지일 뿐이다. 자기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결코 잘못된 말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런 이유에서 난 SNS를 하지 않는다. 그건 내 정체성이 확실해서라기보다는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 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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