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바쁠 때가 많다. 그건 마치 숲 속에서 눈앞에 늘어진 채 드리워진 잔가지를 쳐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다. 가끔 그렇게 발을 동동 구르며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모든 건 일체유심조라고 했다. 불가에서 진리처럼 통용되는 가르침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 테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어떤 일이든 마음이 짓는 대로 흘러가는 법이다. 그렇게 보면 살아간다는 건 발을 동동거릴 하등의 이유가 없는 법이다.
만약 우리의 인생이 급류와 같다고 가정한다면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선뜻 소용돌이치는 물속에 몸을 던져 넣을 수는 없다. 어쩌면 가장 물살이 약해 보일 때나 몸을 의지할 만한 널빤지라도 하나 떠내려가고 있을 때 몸을 담가야 한다. 그런데 마냥 우리는 그 널빤지가 떠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이라는, 그럴싸한 변명 하나를 몸에 지닌 채 말이다. 맞다.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도대체 그때를 얼마나 기다린 뒤에 시작하겠다는 말일까?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을 거라고 믿는 내적인 동기를 끌어올려 줄 널빤지를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는 적당한 걸 찾아 당장 시작하지만, 어떤 이들은 언제 자신의 눈앞을 지나갈지 모르는 그 널빤지만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그 널빤지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동기 부여 거리'를 찾아 헤맨다. 이 어려운 여건을 어떻게 타개하고 행동에 돌입했는지를 밖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라면 동기를 부여받기가 얼마나 좋은가?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수십 혹은 수백 여 개의 영상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설령 그렇게라도 해서 찾으면 다행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은 늘 동기 부여만 받는 패턴을 되풀이한다.
한편 동기 부여와 관련해서 왜 우린 타인으로부터 받기만 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많은 영상들에서 일제히 얘기하는 'Just do it!', 즉 닥치고 그냥 하라는 말을 왜 우린 누군가에게 해 줄 수 없는지를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비록 어떤 한 분야에서 내가 성공적인 결실을 거둔 적은 없어도, 내가 누군가에게 동기를 부여받듯 누군가는 내게서 동기를 부여받을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뭔가를 하고 싶을 때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늘 패턴은 같다. 너무너무 바빠서 즉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이란 일도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고, 잠도 자야 하는 빠듯한 시간이기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변명을 전면에 내세운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영 방법이 없는 게 아니란 건 생각지 못한다. 경우에 따라선 일하는 틈틈이 '내가 하고 싶다는 그 일'을 할 수 있다. 육아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친구를 만나는 횟수를 줄이거나 외로움을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안 만나면 그만큼의 시간을 벌게 된다.
또 상당수의 사람들은 낮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나면 진이 다 빠져, 하고 싶다던 일에 투입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아서 못한다고 했다. 직종이나 업무의 강도에 따라서 그들의 말이 일견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정작 그런 그들도 만나고 싶은 친구는 다 만나야 하고 주기적으로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친구를 만나거나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들에겐 직장에서의 일 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가령 글쓰기나 다른 취미 활동이 아니라, 단지 친구를 만나거나 사람들과 술을 마시라는 일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원래 시원찮은 목수가 연장을 나무라는 법이라고 했다. 실력 있는 목수라면 손에 어떤 연장을 쥐어주든 못을 박을 수 있어야 한다.
예전에 지인 중에 몇 명이 내게,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쓸 수 있겠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솔직히 이젠 그렇게 묻는 눈빛만 봐도 그 사람이 앞으로 글을 쓰게 될지 아니면 포기할지를 알고 있다. 아무튼 난 그때 가장 현실적인 처방을 알려줬다. 정말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잠부터 한두 시간 줄이고,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다면 운전대를 손에서 놓으라고 했다. 결과는 보나 마나였다. 잠을 줄인다는 것도 어려웠지만, 기꺼이 손에서 핸들을 놓고 펜을 잡은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
사람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어떻게 사냐고 묻는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지 않겠냐며 말하고 싶을 뿐이다.
어떤 일을 할 때 어느 정도의 동기 부여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늘 누군가로부터 동기를 얻어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에 단련이 되어 있다면, 이젠 그 누군가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
'Just do it!' 전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에서 주창한 말이라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할 때 가장 간단한 사실이 정답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동기 좀 그만 찾고 어떤 일이든 바로 시작해 보자.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해 보자.
내일까지, 다음 달까지, 신년의 첫날까지 갈 것 없이 지금 당장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