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와 목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과 함께 눈을 떴다. 열은 조금 내렸지만 아직 으슬으슬한 느낌은 여전했다. 조금만 잘못 움직이면 근육이 저 어디 처박아둔 전깃줄처럼 비틀릴 것 같은 긴장을 느끼며,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내장근육까지 합세해 아주 요란을 떨었다.
벌써 애들을 깨울 시간. 늦잠을 자버렸다.
하나하나 깨워서 아침 주문을 받고, 부랴부랴 부엌으로 가 식사 준비를 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서 그런가. 고맙게도 아침 메뉴는 손쉬운 것들 일색이었다.
제일 먼저 나온 둘째가 꼭 안아주며 말했다.
"해피 버스데이, 엄마."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저 오늘 생일이에요" 하면 아마 열에 여덟아홉은 "그래요? 축하해요!"라고 해줄 테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저 '태어난 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소와 축하를 건넬 정도로,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세상에 태어났다, 단지 그것만으로 축하를 받는다.
설령 큰 의미는 없을지라도. 말만 그렇게 할 뿐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더라도. 공동체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아주 작은 장치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네가 이 세상에 와서 기뻐."
이보다 더 큰 긍정의 메시지가 또 있을까.
1년에 한 번. 사랑으로, 예의로, 아니면 억지로라도, 축하해 주자.
누군가의 존재를 긍정해 주자.
때로는 자기 스스로조차 제대로 못 붙드는 인간이, 부스러기처럼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꽤 괜찮은 일이 아닌가.
S극과 N극처럼, 내가 건넨 그 한 마디가 남에게, 또한 남이 건넨 그 한 마디가 나에게는 훨씬 더 큰 작용을 하니까 말이다.
비록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 기회를 통해...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그런 말을 들었으면, 그때만이라도 의심 좀 그만하고 순수하게, 감사히 받자. 이 빌어먹을 나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