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플랫폼에 3년째 머물고 있다. 긴 시간이라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쯤 있어 보니 이 정도는 짐작이 갈 만하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여기저기에서 엇갈리는 마음들을 감추기 쉽지 않으리라.
'왜, 내 작품이 탈락했을까?'
'도대체 심사 기준은 어떤 것이었을까?'
'과연 심사는 공정하게 이루어졌을까?'
얼마 전엔가 마감되었던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를 한 사람이라면, 또 이번에 애석하게도 고배를 마신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의문들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 여부를 떠나 누구라도 자신이 쓴 글에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그 정도의 미련이라도 없다면 어찌 그와 같은 피눈물 나는 과정을 겪으면서 글을 쓸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아무리 객관화하려고 해도 좀처럼 쉽게 되지 않는 것이 어쩌면 자신이 쓴 글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냉철한 평가가 아니겠나 싶다.
다만 Top 10 안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 그래서 수상하지 못했다는 표면적인 사실 하나로 모든 걸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올해에는 그나마 덜한 편인데, 몇 해 전만 해도 당선 소식이 들리고 나서 여기저기에서 성토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적어도 그때는 나 역시 같이 탈락한 입장에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어야 했고, 심지어 어떤 수상작들이 내가 쓴 것보다 어떤 점에서 더 나은지 모르겠다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무장하기도 했던 것 같았다.
사실 모든 참가자들이 똑같은 마음으로 응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심심풀이로 재미 삼아 응모한 이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14000:10이라는 낙타가 바늘을 뚫을 만한 희박한 가능성에 운을 걸어보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 1%의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스스로 판단했다면 그 1%에 운명을 맡겨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는 것이겠다. 만약 그러지 않을 수 있다면 공모전 자체에 응모하지 않는 방법뿐일 테다.
나는 그동안 이곳에 있으면서 11회, 12회, 그리고 13회 등 총 세 번의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첫 해였던 2023년에는 이런 좋은 제도가 있구나 하며 멋도 모르게 두세 편의 브런치북을 겁도 없이 응모했었고, 작년에도 한 편을 응모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에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느라 응모하지 못했다. 게다가 응모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처음부터 나는 '그들만의 리그'에 발을 담가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수상작 선정 소식을 들었던 여느 때와는 확연히 다른 게 올해였다.
당선된 사람들은 지금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일 테다. 자신의 글이 작품성을 인정받은 데다 책 출간이라는 겹경사까지 겹쳤으니 이 기쁨을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 그들의 당선 소식에는 축하의 마음을 보내려 한다. 생각할수록 이것만큼 기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다만 나는 반대편에서 실의에 빠져 있을 그 누군가를 생각하고 싶다. 다행스럽게도 올해에는 응모를 하지 않아 함께 실망하지 않아도 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결과를 받아 들고 혼자서 쓴잔을 마셔야 했었다. 이번에 응모한 브런치북에 얼마만큼의 마음을 썼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실의를 넘어, 글을 과연 계속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할 만큼 절체절명의 궁지에 몰린 사람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이곳은 글을 쓰기 위해 몰려든 곳이다. 그렇다면 목적은 단 하나, 어떻게 해서든 글을 쓰면 될 일이다. 주변에서 어떤 일이 있건, 혹 글쓰기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에 들게 하는 일이 있건 간에 우리는 쓰고 또 쓰기만 하면 될 뿐이다. 때로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