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빙점이 바뀐 건가?

by 다작이

학교에 다닐 때 실험 시간에 온도계를 다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서 어쩌면 그 구조도 훤히 알고 있을 것 같다. 세로로 길게 늘어뜨려진 모양의 온도계를 살펴보면 대략 중간쯤에 숫자 0이 표시되어 있다. 이 지점을 '0°C'라고 쓰고 '섭씨 0도'라고 읽는다. 이 0을 기준으로 했을 때 위쪽으로 숫자가 쓰여 있는가 하면 똑같은 간격을 두고 아래에도 숫자가 적혀 있다. 가령 0의 위쪽에 표시된 10은 영상 10도가 되고, 아래쪽은 영하 10도라고 읽는다. 이때 아래위의 기준점이 되는 0이 바로 물이 얼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누구라도 다 알고 있는 온도계 이야기를 갑자기 꺼내는 이유는 지금처럼 아침저녁으로 영하의 기온을 보인다면 여기저기 물이 언 흔적이 보여야 할 텐데, 최근 들어 그런 모습을 본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꼭 눈이 와야만 길이 미끄러운 건 아니다. 하루 온종일 영하의 기온을 왔다 갔다 하는 지금과 같은 때라면 특히 낮 동안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엔 영락없이 길이 얼어붙어 있어 늘 조바심을 내며 걷곤 했었다. 하다 못해 낮 시간대보다 더 추운 아침이나 저녁에도 얼음이 언 곳을 못 본 것 같았다.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근하는 내가 얼음을 못 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어지간한 사람 못지않게 관찰력이 발달한 나로선 하늘만 쳐다보고 걷지 않는 다음에야 현실적으로도 그럴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어린 시절에 그렇게도 흔하게 보곤 했던 얼음이 왜 요즘은 눈에 띄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번엔 길바닥 여기저기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으레 눈이 오는 날이면 인근 상가의 주인이나 아파트 단지의 관리실에서 도로에 뿌리는 소금 자국이라도 있나 싶어서였다. 우리는 이를 통틀어 제설제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눈의 흔적을 지우려고, 즉 눈으로 인해 도로가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려고 보통은 지자체 관공서 등에서 사람들이 나와 뿌리곤 한다. 흔히 소금으로 알려진 염화나트륨을 많이 쓰지만, 온도가 더 낮은 날에는 염화칼슘이나 염화마그네슘도 쓴다고 한다.


말난 김에 조금만 더 얘기하면, 습기를 빨아들이는 성질을 가진 소금을 도로에 뿌리면 주변 공기에서 수분을 흡수해 눈 표면에 물이 생긴다고 한다. 이 물에 소금이 섞이게 되면 물이 어는 온도가 내려가 도로가 얼지 않는 원리를 응용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눈이 온 흔적이 없으니 이런 제설제를 뿌릴 이유도 없는 셈이다. 게다가 그 흔한 흙이나 모래 등을 도로에 뿌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이상기후다. 이상기후는 기온이나 강수량 등이 일반적으로 여느 해의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난 상태를 뜻한다. 문득 2년 간의 12월의 평균 기온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2024년 12월 대구 지역의 평균 기온은 약 3°C, 2025년은 약 1.3°C에서 2.8°C 정도라고 했다. 또 각각의 해의 12월에 영하로 내려간 일 수를 보니, 2024년은 20일간이었고, 2025년은 아직 통계가 완성되지 않은 탓에 최소 20일간에서 최대 25일간 정도로 예상했다. 이 수치만 봐도 물이 얼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결국 이상기후 탓은 아니란 얘기가 된다. 솔직히 내가 기상학자가 아니니 그 나머지 영역에 대해선 알 수 없다. 다만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환경오염으로 인한 결빙점의 변화다. 실제로 물에 불순물, 즉 어떤 용질이 섞이면 어는 지점이 낮아진다고 한다. 이를 '어는점 내림' 또는 '빙점 강하'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지금으로선 이게 더 실상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과학적인 원리는 간단했다. 순수한 물은 0 °C에서 얼지만, 불순물이 녹아 있으면 물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결정을 만들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더 낮은 온도가 되어야 물이 언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눈이나 얼음이 어는점을 낮춰서 쉽게 얼지 않게 하기 위해 도로에 소금을 뿌리거나, 자동차 부동액을 물에 섞는 이치도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내 나름 생각한 결론은 결국 환경오염이었다. 사실 길에 다닐 때 미끄러운 걸 누가 좋아하겠는가? 다만 지금은 겨울이니 자연 그대로의 얼음을 가끔 보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얼음을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은 시대가 된 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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