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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 Apr 08. 2023

여기 보통의 존재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를 읽으며

브런치 스토리. 어딘지 구색만 갖춰 바꾼듯한 이름으로 알람이 왔다.


[글 발행 안내]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당장 달려와 기록하지 못할까!! 식의 호통까진 아니지만 나름 부드러운 어조로, 그러나 분명 다그치고 있는 이 알람을 보며 한 줄이라도 적어보자는 마음으로 로그인을 했고 지금 보다시피 기록 중이다. 




요즘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 책을 읽고 있노라면 작가의 담담하고 솔직한 문체에 금세 매료된다. 어떤 특별한 기교가 없이도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사람, 내가 느꼈던 일상의 작은 순간을 특별한 감정으로 끄집어 내주는 능력, 그럼에도 본인을 어느 보통의 존재일 뿐이라고 지칭하는 얄미운 모습까지... 아무튼 매력적인 작가임에 틀림없다. 


어찌어찌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글 쓰는 법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도 없었고 화려한 미사여구나 꾸밈의 말도, 알고 있는 유식한 단어도 별로 없으니 내 글은 그저 밋밋하다는 생각을 했다. 소재도 별다를 게 없어서 그냥 매일 끄적이는 일기 같다는 생각도 했고. 그래서일까, 나는 항상 누군가의 글을 보면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단어를 사용하고 문장의 구조가 아름다운 글을 보면 역시 글을 이렇게 써야겠지 싶다가도, 어떤 기교 없이 담백하게 서술하면서도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글을 읽으면 그래, 역시 글은 이래야지 싶고. 줏대 없이 흔들리는 갈대처럼 이랬다 저랬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계속 휘둘리고만 있던 것이다. 

 그런데 보통의 존재를 읽으면서 글쓰기의 방향성이 조금 확고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석원 작가가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이 특별해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도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읽어 내려갈 때마다 내 가슴과 머리를 울렸다. 소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경험했지만 잊고 지냈던, 일상의 곳곳마다 숨겨져 있던 감정을 이석원 작가가 끄집어내 주었다. 사랑을 이어달리기로 표현한 글이나, 어린 시절 수건 돌리기를 할 때 느꼈던 왠지 모를 불편했던 감정까지. 내가 느낀 감정 그대로를 고스란히, 어쩜 그렇게도 콕 집어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보통의 존재일 뿐이라 본인을 지칭하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를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게다가 알고 보니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에 멤버란다. 뭐야 이 사람. 


이석원작가가 진짜 보통의 존재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아무튼 이 책은 나의 가려운 부분을 자꾸만 긁어주었다. 소재를 찾아내어 글로 다듬는 실력이 대단했다. 글은 자꾸만 나를 끄덕이게 했고 가슴을 울렸으며 일기 같은 에세이지만 그만의 글이 아니었다. 그 글은 곧 모두의 글이 되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의 존재를 만나서 행복했다. 에세이다운 에세이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잊고 살았던 기억의 순간들을 무심코 떠올리게 될 수 있어 반가웠다. 나와 같은 생각을 고스란히 기록해 둔 문장에 멈춰 서서 그 사건이 있었던 내 삶의 어느 때로 언제든 여행할 수 있게 해 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비록 보통의 존재는 이석원 작가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지극히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내가 더 어울리는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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