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마시는 커피를 좋아하세요?

by 글쓰는 janice

나는 혼자 무엇을 하는데 익숙지 않은 사람이다. 혼술, 혼밥, 혼행이 유행할 때도 혼자서 무언갈 한다는 것 자체가 두렵고 자신 없었다.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성향이 일정 부분 있어서일까, 생각해 보면 또 나의 부정적인 단면을 꺼내 보이게 되는 일이겠지만 ‘스스로, 혼자, 자립적’으로 무엇인가를 해본 적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건 사실이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 흔한 카페에도 거의 가지 않는다. 내가 카페를 갈 때는 점심시간 후 동료들이 커피를 마시자고 할 때나, 남편이 아아를 먹기 위해 가자고 할 때 정도.


카페의 비싼 커피값이 어이없고, 다른 음료도 물로 대체하면 될 것을 밥값을 주고 사 먹는다는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천 원, 이천 원 정도의 싼값의 커피 프랜차이즈가 생기긴 했지만 그 또한 내겐 의미가 없다. 난 커피 맛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조금 쓰거나 시다거나 한 정도?


그럼에도 가끔 커피를 마실 때도 있긴 하다. 시류에 편승하기 위해? ㅎㅎ 그건 아니고 더운 여름엔 나도 가끔 커피가 생각날 때도 있다. 아니면 느끼한 음식을 먹고 난 후 입가심 정도. 그렇지만 내가 스스로 굳이 찾진 않는다.


그래서일까 아무튼 카페는 내게 먼 공간이고 어색한 곳이다. 막상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제2의 업을 가진다면 책과 커피가 있는 북 카페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카페를 어색해하고 있었다니.


오늘 그런 나를 시험하기 위해(?), 또 혼자만의 시간을 나도 경험해 보기 위해 퇴근 후 집 근처 카페에 들렀다.


왜인지 너무나도 집에 가기 싫었고 정말이지 오늘은 혼자 있고 싶었기 때문.


이런 적이 자주 있었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그냥 늘 차 안에 우두커니 앉아있을 때가 많았다. 이렇게 카페를 혼자 온건 손에 꼽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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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리 동네답게 퇴근 무렵 시간이지만 사람이 없었다. 그 점이 좋았다. 조용하게 혼자 책도 읽고 공부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메뉴를 고르며 커피 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점원에게 물었다.


“혹시 과일주스도 되나요?”

“그럼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딸바(딸기바나나주스)를 시켰다.


“딸바 하나랑 크로플 하나 주세요 ”


왠지 뿌듯했다. 나도 뭔가를 혼자 할 수 있는데, 별것도 아닌데, 왜 난 못했을까! 못한 걸까 안 한 걸까..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잠시 상념에 빠진 순간 진동벨이 울렸다. 딸바와 크로플을 받아 들고 손님이 없는 2층으로 올라가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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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최저기온을 기록한 오늘의 차가운 공기도 카페 안에서만큼은 따듯하고 포근한 공기가 되어 나를 감싸 안아주었다. 푹신하고 넓은 의자가 맘에 들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초승달의 모습은 마치 뿌듯함에 한껏 미소 짓는 내 입술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한동안 업무의 압박으로 듣지 못했던 빨간 모자 선생님의 영어강의를 듣고 친구에게 추천받은 마흔에 읽는 니체를 읽었다.


평화롭고 또 평화로운 시간. 딸바와 크로플을 한입 가득 음미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이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오늘을 계기로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반갑게 맞이해야겠다 생각해 본다. 해보면 별것도 아닌데, 오히려 이 작은 시도로 생각지도 못했던 뜻밖의 용기를 가질 수 있는데 왜 난 그동안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을까.


혼자 카페를 방문했다는 이 한 가지 사실로 이토록 뿌듯해하는 나란 사람,


참 귀엽다. 귀엽고 귀엽지만 애처롭기도 하고 그래서 안아주고 싶은 사람 바로 나. 오늘 커피는 아니지만 혼자 딸바를 마시며 카페 구석에 의젓하게 앉아있던 내 모습이 대견스럽다.


나는 내일부터 당당하게 누군가에게도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마시는 커피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혼자 마시는 딸바를 좋아한답니다.”


왠지 나이 40에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다. '진짜 어른의 취향'이 과연 딸바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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