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고 싶은 만큼 나았다.

지적자본론_마스다 무네아키

by 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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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무소까지 가서 주소 바꾸는 거 참 귀찮았는데, 얼마 안 있을 충주로 주소를 바꾸며 굳이 충주 시민이 된 이유는 딱 하나였다.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언젠가는 걸어서 도서관에 갈 수 있는 집에 사는 게 꿈이다. 학창시절에 가장 공부가 잘 되는 공간은 칸막이 열람실이 아닌 책 냄새 가득한 도서관 일반자료실의 구석 책상이었다. 여행지에 갔을 때 이해할 수 없는 글자의 책들만 가득하더라도 꼭 책방이나 도서관을 가고 싶어 한다. 책을 좋아하는 것만큼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책과 책이 있는 공간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좋다.




그런 차원에서 서점이나 도서관을 중심으로 그 공간 자체와 그 지역에 혁신을 이루었다는 CCC의 사장 마스다 무네아키 이야기가 궁금했다. 먼저 이 책을 읽은 예성이는 내게 꼭 읽어보라 추천했다. 내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일 것이 틀림없다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살면서, 한발 더 앞서서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사람이 2015년에 쓴 책이기에, 어쩌면 2018년에 이 책을 읽은 건 한 템포 늦은 시점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변화를 이미 한국에서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말에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라는 책도 나왔다는데, 읽어보고 싶다.

'새롭다'라는 점에서는 가치가 덜 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감을 준 책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 중에 내 맘속에 흩어져 있던 하고 싶은 일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여러 아이디어가 팝업 했다. 신이 나서 열공중인 예성이를 흔들어 내 아이디어를 듣게 했다.
'~하고 싶다.'라는 생각과 '~한다'라는 행동이 서로 연결되어 구체화되는 지점에서 나는 '영감받았다'라고 느끼나 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서로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가 내 생각의 틀을 확장시키고 움직이고 싶은 에너지를 주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이 책의 저자인 '마스다 무네아키'라는 사람 자체였다는 생각을 했다.




[마스다 무네아키: 일본 전국에 1400여 곳 이상의 TSUTAYA 매장을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CCC)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다. 도시샤 대학교를 졸업하고 주식회사 스즈야에 입사해 쇼핑센터 가루이자와 벨커먼스를 개발한 뒤 퇴사했다. 1983년에 ‘츠타야서점 히라카타점’을 열고, 이어 1985년에 CCC를 설립했다. CCC는 2003년에 업종을 가로지르는 공통 포인트 서비스인 ‘T포인트’를 개시하여 현재(2014년 7월 말) 회원 수를 4918만 명까지 성장시켰다. 그 밖에도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늘 새로운 붐을 일으키고 있다. 2011년에는 단카이(베이비 붐) 세대가 핵심을 이루는 ‘프리미어 에이지’를 위한 문화 공간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과 고품질의 생활을 표방하는 개성적인 입주자들로 구성된 ‘다이칸야마 T-SITE’를 도쿄 도 시부야 구에 개점했다. 2013년부터는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의 콘셉트를 공공시설에 대담하게 도입한 사가 현 다케오 시의 시립 도서관 운영을 맡게 됐는데, 개관 13개월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반짝거리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행동하고 싶은 영역들에서 영감을 받고는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마스다 무네아키가 그런 반짝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내가 영감을 받은 것 같다. 머리가 하얗게 바랜 60대가 되어서도 그 어떤 청춘보다 반짝거릴 수 있다니. 문득 내 주변에 반짝이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내가 많이 지쳐서 소진되었을 때는 반짝이는 사람들을 만나면 병든 내 속에서 열등감만 솟아났었다. 저들이 움직이며 나아갈 동안 나는 가만히 고여있다가 썩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일 힘은 없었고.
시간이 흐르고 혼자 시골에 박혀 충전하는 시간이 조금씩 채워지다 보니, 이제 슬슬 몸과 맘이 움직이고 싶어 간질거리는 거 같다. 이 책의 저자가 주는 반짝임에 반응하는 나를 보며, '많이 나았구나' 하는 진단을 내렸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열등감이 나를 못 움직인 게 다행스럽다. 이제는 그저 나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밑줄


>‘보고-연락-상담’을 했다고 해서 마치 일을 완수했다는 기분이 느껴서는 안되지요.
>우리 회사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념은 자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사원들에게 기본적으로 보고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은 그만둘 수 있다.’
>밥 딜런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했지요.
>자유는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둔다는 의미가 아니다.
>관리받는 편안함에 젖어 있어서는 안된다.
>결국, 미래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클라우드(cloud)의 원리입니다. 정보를 얼마나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이 지역 간 경쟁에서 승패를 가를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의 두뇌가 연산장치가 되겠지요. 이 장치가 줄어들 때 그것을 적절하게 연결하지 않으면 지역 전체의 동력은 떨어지고, 언젠가 소멸되어 버립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두뇌의 연산장치를 연결해주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지요.
>‘편하다’라는 단순한 감각이 매우 중요합니다.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건물이 좋아서가 아니다….. 풍경이다.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들이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느낄 수 있는 구심력을 갖춘 이념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 열쇠다.
>미래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되어야 할 공공시설은 도서관(과 병원)이라고 여기고 있다.
>시민들이 저항감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는 건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지는 않더라도 해당 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애착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이 즉시성과 직접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현재 현실 세계가 인터넷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우위성이다.
>오직 디자이너, 즉 기획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이 해답이다. 따라서 모든 기업은 이제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기업은 장래의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한편 소비 사회는 가속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을 갖춰야 효과적인 기획을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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