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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다정 Sep 29. 2022

일과 일상의 균형 잡기

머릿속을 환기시켜 채우는 순간들

소진되지 않게 나를 채우는 일도 오롯이 나의 몫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내 시간을 열심히 만들어야 한다. 요즘에는 시간을 내어 새로운 걸 보고 듣고 만든다. 진짜 쉬는 시간을 가진 덕분에 좋은 문장, 새로운 시각, 색다른 경험을 얻으면서 내가 더 넓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 반,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 반으로 들어오는 일을 거절하지 않았다. 이 바탕에는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하는 나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약간의 자만까지 깔려있었다. 그 결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우수수 생겼다.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그럼에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이걸 통제, 관리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답답함까지 느끼면서 꾸역꾸역 일을 처리했다. 잠시 쉬는 날에도 그다음 일정을 정리하고 내가 놓치는 일이 생길까 봐 모든 일의 일정을 되짚어보면서 불안과 걱정으로 머릿속 가득 찼다.


이제 일을 막 시작했는데 내가 급속도로 소진되는 게 느껴졌다. 잠을 자거나 멍 때리는 걸로 채우는 게 아니라 그 이상, 천천히 나를 채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타이밍 좋게도 5월에 신청했던 '채움의 식생활'이라는 청년 채식 문화 프로그램이 8월 중순부터 시작되었다. 6주간 수요일 오후 7시부터 9시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는 시간이었다. 첫 3회는 비건 베이킹이었는데 2시간 에 내가 섞고 반죽한 결과물을 확인하고 만든 걸 주변에 나누면서 서서히 채워지는 게 느껴졌다. 어느새 수요일만 기다리게 되었다. 다른 생각할 틈 없이 재료를 섞고 만들고 사람들과 일이 아닌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해방감이 느껴졌다.


이 시간을 통해서 일과 일상이 균형이 필요하다는 걸 진심으로 깨달았다. 머릿속을 비우고 오롯이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했다. 각종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전시나 공연을 보거나 체험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바깥활동이니까 너지가 소진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채워졌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가득 찬 머릿속을 환기시켜주고 내가 몰랐던 숨겨진  열어주었다. 생각을 하고 새로운 걸 배울 자리가 더 생겨났다. 참 신기다.


나를 채웠던 많은 순간들


마감을 못 지켰던 브런치 글도 다시 쓰게 되었고 동시다발적인 일을 처리하면서도 전보단 덜 힘들다. 이제야 내가 나답다고 느낀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일을 하면서도 충전될 거라고 생각했던 건 정말 잘못된 판단이었다. 일은 일이고, 내 시간은 꼭 필요했다. 이렇게 오늘도 나를 알아간다. 앞으로 일이 아닌 어떤 무언가를 하게 될까 기대된다. 일과 일상의 균형을 지키면서 내 머릿속의 새로운 문들을 계속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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