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다정 Oct 14. 2022

오늘도 주문을 외운다

잘하자. 잘하자.

"진짜 잘하고 싶은가 보다."라는 말을 들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정말 그렇다. 이것도 걱정이고 저것도 불안하다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지만 사실 정말 정말 잘하고 싶다. 지금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얼마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건지 알기에 더욱 잘 해내고 싶다. 사회생활은 힘들고 인간관계는 어렵고 세상은 차갑다던데 나에겐 아직 아니다. 운이 좋다는 말을 기꺼이 할 정도로 나의 세상은 따뜻하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가득해서 먼저 물어봐주고 배려해주고 도와주고 나를 감싸준다.


어쩜 이렇게도 복이 많까를 곱씹다 보면 마음속에 조용히 걱정이 들어온다. 받는 것보다 더 돌려주고 싶고 그 이상을 해내고 싶어 욕심이 덕지덕지 쌓인다. 좋은 사람들에게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닐까 봐 염려한다. 내 기분에 취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돌이켜보면 후회가 조금씩 남아있다. 그때 조금 덜 신날걸, 그때 조금 조용히 할걸. 각자의 선은 다 다르기에 그 선을 넘어버린 건 아닌지 반성도 한다. 아이러니하게 그렇기에 또 앓는 소리를 낸다. 욕심이 먼저인지 걱정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이 두 감정이 뒤섞여 나를 흔든다. 돌려주기에 아직 부족한 사람이다.


주문을 외운다. 자만하지 말자. 겸손하자. 자의식 과잉금지. 침착해. 좋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보니 내가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능력이 아닌데도 내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하기. 주변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기. 감사해하고 돌려주는 사람 되기. 후회도 실수도 안 하고 싶어 외우는 주문 늘어난다.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된다는데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 투성이고 나도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 오늘도 주문을 외운다. 잘하자. 잘하자.




발행하기 전에 글을 다시 읽었다. 지금 내 마음에 욕심이 가득 차 넘쳐흐르는 게 느껴진다. 늘어나는 주문들도 나를 말리지 못하는 것 같다. 잘하자. 잘하자. 글의 마지막까지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결국 이 욕심이 나를 힘들게 할 텐데. 알면서도 '무엇' 하나 놓지 못한다. '무엇'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어디가 고장이 난 걸까. 어디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이 불안과 이 욕심이 자고 일어나면 없어지는 것이길
매거진의 이전글 일과 일상의 균형 잡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