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in 대구
길었던 추석 연휴, 오랜만에 널브러지고 쉬기만 하다 보니 연휴가 끝난 뒤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고통도 잠시 다시 한글날이 있어 잠시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아니다. 잠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주말에 더 열심히 움직일 수 있었다는 말이 솔직하다. 갑작스러운 대구 당일치기 같은 것 말이다.
올해 안에 종이책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쓰고 썼던 글을 또 보고 수정하고 다시 썼다. 각 장마다 마감기한을 정해두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선 뭐라도 쓰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처음과 같기는 어려워 역시 미루고 안주하고 나태해졌다. 다시 새로운 자극, 원동력 혹은 이름 모를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침 친구가 내가 좋아할 것 같다며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소식을 전해줬다. 전날 저녁까지 갈까 말까를 고민했는데 무작정 당일 아침에 기차표를 끊었다. 생각해 보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가봐야 무엇이든 느낄 것 같았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규모가 크진 않았다. 하지만 한 테이블 가득 자신의 창작물을 진열해 두고 예비 독자들을 기다리는 열정의 크기는 엄청났다. 하나하나 누군가의 일부였다. 퇴사를 하고 어머니와 여행을 떠나고 아버지의 삶을 옮기고 과거의 고민, 내밀한 속마음까지 책이 되어 있었다. 대단하고 부러우면서 질투심도 들었다. 내 이야기를 되돌아보고 미래에 만들어질 책 생각을 많이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어떤 고민을 해서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그려보게 되었다. 부족할 수 있지만 얼른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