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니 선물을 고민하고 준비하게 된다. 최근에 나는'소중한 이에게 편지를!(Welcome to ginger hotel)'이라는 이름의 어드벤트 캘린더로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어드벤트 캘린더는 이름은 달력이지만 사실 선물 꾸러미이다. 원래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12월 1일부터 12월 25일까지 하나씩 선물을 열어보는 달력이라고 한다. 진저 호텔은 대학교 학생들이 만든 크리스마스 서비스이고 여기서는 선물 대신 편지를 받을 수 있다. 로그인하고 나만의 호텔을 만든 뒤에 링크를 공유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의 편지를 받을 수 있었다. 약간의 반전은 받은 편지를 하루에 하나씩 열람하는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편지 개수를 채우면 그날 받은 편지가 모두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나저러나 깜짝 선물 같은 서비스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받을 수 있었다. 짧은 글부터 긴 편지까지 시간을 내어 써주었다는 사실부터 감동이었다. 한 자, 한 자 아껴가며 읽고 또 읽고 곱씹었는데 마음이 몽글몽글 차오르며 따뜻해졌다. 익명으로 보냈지만 전부 누구인지 짐작되었는데 역시 글에는 사람이 보이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 쓰는 편지 같다'는 운을 띄운 고등학교 동창에게는 2년 전에도 같은 운을 띄운 편지를 받았는데 매번 저렇게 운을 띄우네 하며 웃음이 나왔고 그 친구를 만나 놀리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편지를 받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올해 만나 관계를 쌓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2099년까지 함께하자, 늘 다정하게 대해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받아 감동이었고 나도 똑같은 말을 해주고 싶었다. 다정한 사람들 덕분에 더욱 다정함을 채울 수 있었고 오래도록 만나고 싶다고. 또 바쁘다는 이유로 못 만났던 대학교 친구에게는 늘 응원한다는 편지를 받고 마음이 찡해졌다. 보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는 건 이런 거겠지? 하면서 앞으로도 이 좋은 사람들에게 잘하자는 다짐을 꼭꼭 삼켰다.
연말은 선물을 주고받기에 알맞은 시기이고 사실 깜짝 선물은 언제든 좋다. 그래도 내 마음을 채우는 1번은 역시 편지이다. 상대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는 좋은 문장, 예쁜 수식어 이전에 솔직한 진심 먼저다. 짧은 글에도 따뜻함을 담은 사람들 덕분에 이렇게 배운다. 연말이라 편지 쓸 일이 많고 짧은 글도 잘 쓰고 싶은데 솔직한 내 마음, 진심인 내 마음 먼저 갈무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