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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Dec 03. 2022

지난날을 추억하게 만드는 노래

신비한 마법에 걸리는 순간

노래는 어느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최근에 제주도에 관한 글을 쓰면서 '2020 여름'이라고 저장된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Only a Fool부터 백현의 공중정원, 로시의 ocean view까지 제주도에서 내도록 들었던 노래들이 금세 나를 제주도에 데려다주었다. 게스트하우스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 해가 진 바다와 맥주처럼 그때의 풍경과 들뜨고 가라앉았던 감정까지 쉽게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역시 노래는 멜로디와 가사 이상의 것을 함께 품어낸다.


목요일에는 '당신의 겨울에 온기를 더하는 순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음악감상회에 참여해서 얼마 전 다녀온 가을의 춘천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각자의 선택과 위로와 관한 곡을 공유하는 자리였는데 음감회답게 커다란 공간을 하나의 노래가 가득 채웠다. 이어폰이 아니라 커다란 스피커로 들으니 그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고 가수의 목소리가 절절하게 와닿았다.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 좋은 스피커를 둬야겠다는 로망이 생겼다. 노래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까지 더해노래가 더 특별해진 기분이었다. 선우정아의 도망가자와 이적의 다행이다처럼 원래 알던 노래는 알고 있기에 좋았고 LUCY의 난로나 잔나비의 달처럼 처음 듣는 노래는 덕분에 알게 되어 좋았다. 나는 이 자리에서 LE SSERAFIM의 Good Parts라는 노래를 공유했다. 


(*지금부터는 Good Parts-LE SSERAFIM를 들으며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가을의 초입, 노란 은행잎이 거리를 가득 채웠던 춘천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듣게 되었다. I just wanna love myself로 시작되는 가사는 마냥 화이팅이 넘치기보다는 약간의 씁쓸함을 담고 있고 멜로디는 발랄한 것 같지만 조금 슬펐다. 혼자 여행 중인 상황과 가을이라 약간 센치해진 감정, 노을이 지는 풍경, 밟히는 낙엽까지 노래와 함께 어우러졌다. 춘천여행 내내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지의 나와 찰떡인 노래가 있으니 여행은 더 풍성해졌다. 음감회에서  여행을 공유한 뒤 함께 들으니 가을이었고 춘천이었다. 아이돌 노래의 반전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더 뿌듯했다. 앞으로 가을이 오면 듣는 노래에 이 곡이 추가될 것이고 그럼 또 춘천으로 떠나고 싶어질 것 같다.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찔끔 난 적도 있다. 내 학창 시절을 함께 했던 카라가 데뷔 15주년을 맞이해서 최근에 컴백을 했다. 연말 시상식을 안 본지너무 오래되었는데 카라가 무대를 했다기에 MAMA 영상을 찾아봤다. 루팡부터 STEP, 미스터까지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곡들로 무대를 하는 걸 보고 아련해지고 가슴이 벅차올라서 울컥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큼 오랜만의 무대가 소중했고 그 위에서 빛나는 가수를 보는데 힘든 시절과 좋았던 나날들이 함축되어 느껴졌다. 노래에는 정말 어떤 힘이 있다. 그날 이후 카라의 곡들을 찾아 듣는데 노래를 듣는 내내 행복했다. 노래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기분을 느끼는 게 정말 묘하다. 탈덕은 없고 휴덕만 있다 그랬던가. 어느라가 나온 예능 다 찾아보고 있다. 이젠 이 또한 순간이라는 걸 알기에 더더욱 소중하다. 랜만에 지난날을 추억하게 만드는 곡을 많이 만나니 너무 좋다. 앞으로노래를 더 사랑해야겠다. 글뿐만 아니라 노래로 지금을 기억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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