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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Nov 25. 2022

한 사람을 키운다는 건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사랑과 노력

최근에 어머니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를 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한 엄마의 사랑이며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면서 기울였던 노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어느 곳에서든 잘 잔다. 수학여행에 가서도, 기차 안에서도, 친구 집에서도. 잠들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잘 수 있다. 태어나길 이렇게 무던하게 태어난 줄 알았는데 사실은 어머니의 애정과 노력이었다. 우리 삼 남매가 깊은 잠에 들면 조용하게 노래를 틀었다고 한다.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잘 수 있도록 일부러 아주 적막에 두지 않았다는데 이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을 텐데. 덕분에 나는 어제도 잘 잤고 오늘도, 내일도 잘 잠들 것이다.


나는 흔히 말하는 할매입맛이다. 최근에 나온 흑임자 아이스크림, 쑥 라떼는 물론이고 녹두죽, 단팥빵과 쑥떡, 인절미를 좋아한다.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내 입맛이 아기 때 먹은 음식의 영향이라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보통 분유 다음으로 이유식을 먹이는데 나는 죽을 먹었다. 언니가 죽고 못 사는 호박죽부터 내가 좋아하는 녹두죽까지 다 이유가 있었다. 자는 것부터 먹는 것까지 기억나지도 않는 어릴 때의 환경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니 육아의 위대함이 느껴졌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것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매일매일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을지 상상도 못 하겠다. 역시 어머니는 위대하다.


또한, 어머니는 모유수유를 못한 대신 애착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배로 노력하셨다고 한다. 분유를 먹이는 내내 우리와 눈을 맞추고 말을 걸었다. 대답도 할 줄 모르는 아기에게 아유 잘 먹네 하며 어머니의 하루를 공유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언니도 동생들의 분유를 먹일 때 아기의 눈을 보며 아유 잘 먹는다를 했다고 한다. 언니라면 너무 그랬을 것 같아 귀엽고 웃겼다. 그러면서 언니도 언니가 처음일 텐데 그 어릴 때부터 나와 동생을 챙겨준 언니가 대단해 보였다. 각자의 일상을 재잘되며 공유하는 건 이때부터 시작된 우리 가족의 특징이다. 말하는 상대와 눈을 맞추는 것 또한 어릴 때의 영향일까 짐작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 자랑이라고 여기는 나의 부분이 노력과 애정으로 만들어졌다니 마음이 벅찬다. 이런 노력과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좀 더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겠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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