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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Jan 05. 2024

늦었지만 '올해의' 시상식

설날까지는 2023년이라 치자

연말이 다가오니깐 다들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다. 인스타에 회고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고, 올해의 OO을 시상하기도 했다. 나 또한 이를 계획하였기에 맛집, 문화, 운동 등을 나눠 고민하였다. 나만의 시상식이었지만 '올해의'라는 타이틀로 뽑으려니 무슨 책을 읽었는지, 어떤 경험을 했, 누굴 만났는지 등을 꼼꼼하게 돌아봐야 했다. 안타깝게 두세 달 전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기억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으니까 이름부터 나보다 똑똑한 스마트폰을 켰다. 캘린더와 갤러리에 들어가 2023년 1월부터 살펴봤다.


이게 1월이라고?

이게 같은 달이라고?


하는 말부터 나왔다. 아주 예-전의 일이라고 여겼는데 같은 해의 일이라는 것도 놀라웠고 한 달에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을 수 있구나 하 또 한 번 놀랬다. 2023에는 1년이 빠르다 느낄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틈틈이 가족들이랑 놀러 다녔고 친구들을 만났다.


그래서 내가 뽑은 올해의 OO

올해의 맛집

맛없는 걸 모르는 집

양산 레티로.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었는데(뿔포를 아십니까...) 그게 또 하나 같이 맛있어서 너무 인상 깊었. 쩝쩝박사다보니 후보가 쟁쟁했다. 고든램지버거부터 오늘부터 1일, 고기본, 마라 엽떡(얘는 배달이지만) 등 세상은 넓고 맛있는 건 참 많다.


올해의 노

2023년 여름을 책임졌던 노래

엔믹스의 롤러코스터! 기분 좋은 반주랑 쭉 올라가는 시원한 고음 때문에 여름 내내 들은 노래! 노래는 분기별로 고르면 안 되나 할 정도로 고르기 너무 어려웠다. 아이브-I AM,   홍이삭- KISS ME KISS ME, 이세계-낭만젊음사랑 까지 전부 너무 좋다.


올해의 여행

원없이 물놀이했던 여행

다녀오고 광안리 바다가 똥색으로 보였다면 말을 다한 게 아닐까. 파라세일링, ATV, 동굴에서 스노클링 등 새로운 경험과 물놀이로 가득 채운 여행! 대구, 상주, 경주, 사천, 밀양 등 국내의 여러 곳에서도 너무 재미있고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코로나 이후 처음 떠난 해외여행은 이기기 힘들었다!



그 밖에도

올해의 덕질-지창

탈덕이란 없다는 걸 알려준 배우. 최악의 악으로 다시 도시남녀의 사랑법, 수트너까지 정주행 하게 만들었다. 물론 지금 하는 웰컴투삼달리도 열심히 보는 중!


올해의 인연-영도도

요즘 세상에 동네에서 이렇게 복작복작거릴 수 있다니. 동네이웃이 늘어가고 연결되는 느낌이 기분 좋다! 내년에는 어떻게 만날까 기대된다.


올해의 도전-입사와 퇴사

올봄에 있었던 일이라 아주 먼 옛날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올해는 감사하게도 기회가 많아 도전이 적다는 것도 확인했다. 내년에는 더 많이 도전하고 경험할 테다!


올해의 운동-줌바

흔들어재끼는 즐거움, 땀 흘리는 개운함, 몸을 쓴다는 기분까지. 흥 많은 나에게 딱이었던 운동.


올해의 콘텐츠-사이렌

진짜 내가 지향하는 멋진 여성상을 볼 수 있었던 프로그램. 직업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 등이 비칠 때 멋지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어서 화가 났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로 시상하다 보니 '올해의' 시상식의 좋은 이유를 여럿 발견했다. 먼저, 기억 뒤편으로 넘어갈뻔한 한 해를 꼼꼼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뭘 했는지 알아야 그중 제일 좋은 것도 시상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서 기록의 중요성도 다시 느꼈다. 기록해야 기억난다!


그리고 선택의 기준 찾게 된다. 이 기준을 섬세히 발전시키면 취향으로 이어질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반성하자면 영화나 책 등 좋아한다고 생각한 부분에서 오히려 취향이 없다는 것도 느꼈다. 볼 때마다, 읽을 때마다 좋아서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 아직 찾지 못했다. 이 좋은 것들을 휘발하고 있는 건 아닌가, 곱씹지 않고 지나쳐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도 느껴졌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믿기로 했다. 내년에는 좋아하는 것들을 충분히 음미해야겠다! 내년 말에도 한 해를 돌아보며 나를 더 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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