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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다정 Mar 29. 2024

디스토피아를 좋아하시나요...?

몰입하게 되는 멸망 이후의 상상들

영화 취향이 변했다. 원래는 보면서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는 로맨스, 로맨스 코미디를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내 세상이 팍팍해졌는지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 지구 멸망 이후 혹은 지구 밖의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매트릭스, 버드박스 등 명작도 얼마 전에 보았고,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러브데스로봇 시리즈를 좋아한다. 매드맥스, 사이버펑크뿐만 아니라 정이, 콘크리트유토피아 등 한국형 SF와 디스토피아도 볼 정도이니 말 다했다. 나를 디스토피아의 세계로 초대한 영화는 어쩌다 보게 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로 기억한다. 본래의 세상이 멸망한 이후의 세계관이 너무 그럴듯해서 정말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직도 멸망 이후의 세상을 떠올리면 매드맥스의 배경이었던 사막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이렇게 길게 바뀐 영화 취향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주 많이 늦었지 <듄: 파트 2>에 관한 덕질을 하기 위해서다. 몇 년 전, 듄 1을 봤을 때에는 너무 큰 세계관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아니 이게 끝이라고?' 하는 허망함이 컸다. 그래서인지 듄 2가 개봉하고 배우들이 내한해서 핫했을 때에는 관심이 없다가 한참 지나서 영화관으로 갔다. 166분이 지나고는 이걸 왜 이제 봤는지 후회한 건 당연고 적절한 감탄사가 없어서 "미쳤다."반복했다.


영화를 잘 몰라서 시원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이 다 좋았다. 커다란 세계관, 배우들의 연기력, 압도적인 영상미 등 3시간짜리 영화가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제일 처음 곱씹은 건 티모시 살라메의 연기인데 진짜 멋있었다. 특히, 프레맨 앞에서 큰 소리를 지르는 순간에 나도 프레멘이 되어 같이 압도당했다. 그다음은 쭉 흑백으로 처리한 하코넨 행성의 모습인데, 이상하고 기괴한 행성에 대한 느낌을 영상 자체에서 바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그 외에도 정치에서 종교를 이용하는 방법, 메시아가 되는 연인을 지켜보는 챠니 등 과몰입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다들 어떤 부분에 과몰입하는지 같이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다.


어릴 때에는 <반지의 제왕> 같이 세계관이 큰 영화를 다 이해하지 못한 채 봐서 재미가 반감되었는데 이젠 커다란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서 그 촘촘함에 더욱 빠져든다. OST를 찾아 듣고, 세계관 등을 설명하는 유튜브를 보고, 뒤늦게 배우 인터뷰까지 찾아본다. 진짜 너무 재미있다. 잘 만든 영화는 참 여운이 기록 진하게 남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곧 영화가 내리기 전에 얼른 다시 보러 가야겠다!

(5월이 되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개봉이라는데, 벌써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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