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이 결코 16가지 유형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MBTI를 통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친구와 여행을 갔을 때 왜 싸우게 되는지, 혈육인데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연인이 서운함을 느끼는 부분 그리고 그걸 풀어주는 방법까지. 서로의 차이를 인지하고 이해함에 따라 해결되는 범위가 굉장히 커졌다. 뿐만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혹시 MBTI가 뭐예요?라고 묻는 것이 좋은 아이스브레이킹 방법이다.
이처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본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라는 예능과 그 속의 '사상검증 테스트'는 너무 흥미로웠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우선,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진 12명이 9일 간 함께 지내며 서로의 사상을 파악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웨이브 오리지널이지만, 유튜브에 4화까지 올라와 있으니 꼭 한 번 보면 좋겠다!)
유튜브로 3화까지 밖에 보진 못했지만, 자라온 환경에 따라 각자 다른 사상을 가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또, 공동 자금과 개인 자금이 있으며 리더가 세금을 매기는 시스템 등으로 이들이 만들어 가는 작은 사회 역시도 재미있었다. 매일 저녁에 열리는 익명 채팅은 아직 2번 밖엔 보지 못했지만 말을 너무 잘해서 그 자체로 감탄하며 보게 되었는데, 덕분에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가지고 있던 나의 생각도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맞춰야 하는 서로의 사상은 '사상검증 테스트'의 결과인데, 큰 정부를 지향하는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지, 젠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라온 환경이 부유했는지 아닌지, 사회적 소수자와 새로운 윤리규범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크게 4가지에 대한 입장과 그 입장에 대한 정도가 1, 2, 3으로 나온다.
'노동을 통한 수익이 주식을 통한 수익보다 더 정당하다.', '최저임금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크다.' 등의 문장에 대해서 얼마나 찬성하고 반대하는지 체크한다.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깝지만 낯선 문장들이 많은데 덕분에 나도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MBTI가 누군가의 성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사상검증 테스트는 가치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고 생각한다. 가치관, 사상이라는 건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렵고 어떤 부분이 다른지 뜯어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더 커뮤니티와 테스트가 이런 허들을 굉장히 많이 낮춰준 것 같다.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같은 문장을 보고 서로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이야기 나눠보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우리 모두는 다 다르지만 함께 잘 살 수 있다고 여전히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