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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Apr 19. 2024

움트는 새싹처럼

피어나고 싶다가도

봄에는 왠지 희망찬 노래 좀 찾게 되고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주변 온통 그런 에너지이기 때문에 잠시만 멈춰도 파도 속으로 가라앉을 거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달리기를 하다가 숨이 차면 쉬어갈 수도 있는 건데 왜인지 계속 뛰어야 할 거 같은 기분을 느끼고 마는 것이다.


생명력을 불어넣는 햇살, 간간히 부는 바람, 틔워 나는 싹과 피어나는 꽃. 이 모든 솟아나는 에너지와 분위기 맞춰서 나도 힘차게 솟아오르고 싶다. 그 에너지를 몽땅 받아 시작하는 생명체가 되고 싶다. 일단 뿌리가 튼튼히 잘 내렸는지 확인부터 해야겠다. 



저번주에 위 두 문단을 쓰고 멈췄다. 확장시키지도 공개하지도 못하고 결국 일주일 동안 묵혀놓았다. 예전에는 감정이나 상황을 글에 쉽게 토해내고 글과 나 자신을 구분할 줄 알았다. '글에 담긴 나'가 있는 반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나'도 있다는 걸 자연스레 알았다. 왜인지 요즘에는 그게 잘 안된다. 글과 내가 뒤섞이는 것 같다. 감정의 널뛰기를 하고 있는 솔직한 나를 쓰기가 부끄럽다고 느낀다.


내 마음 한편에는 걱정, 불안, 고민을 드러내는 글이 약점을 보이거나 걱정을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큰 문제인 것도 아니고 매번 긍정적이거나 재미있는 이야기, 뜻밖의 발견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스스로 열심히 가두는 중이다.


솔직해야 쓸 수 있는데 숨기고 꾸미다 보니 어려워졌다. 우울한 글의 끝에도 결국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강박도 가지게 되고, 나의 색을 담기보다는 무향무취의 글을 쓰게 되었다. 조금 더 뾰족한 글을 쓰고 싶은데 이런 마음으로는 어림도 없다. 앞으로는 조금 뻔뻔해지는 연습을 해야겠다. 어디서든 조금 더 솔직하려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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