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구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검색해 온라인 상담게시판에 비슷한 글을 남기고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는 상담사 분과 바로 연결되어 예약이 가능했다. 만나보니 상담사 분이 본인을 사회복지사라고 소개하셨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복지센터라 그런가 보다 짐작하며 한 번 더 상담센터를 찾게 된 이유와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러 번 말하다 보니 정리되어 짧아진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감정이 올라왔다. 사방이 막힌 안전한 공간에서 내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일까, 상담사님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서 그런 걸까 신기했다. 그럼에도 지금은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이야기 나눈 뒤 의뢰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보통은 본인이 권유하는 편이라 놀라시면서 기꺼이 의뢰서를 써주신다고 했다. 다른 도움이나 질문은 없는지도 꼼꼼하게 챙겨주셔서 안전지대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급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갈 곳이 생긴 든든한 기분이다.
의뢰서를 받는데도 절차가 있어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전국민마음투자사업>은 의뢰서를 가지고 행정복지센터에 가거나 온라인으로 신청을 해야 한다. 평소라면 온라인으로 신청할 텐데 10월부터 가능해 이를 기다릴 순 없었다. 의뢰서를 찾은 날 바로 행정복지센터로 갔다. 전입신고도 온라인으로 해서 이사를 하고 처음으로 우리 동네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대기표를 뽑고 꽤 기다렸는데 저 멀리 떨어진 다른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접수처가 표시되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담당자에게 의뢰서를 전달하고 지원사업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들었다. 무슨 유형이 있고 소득 수준에 따라 얼마를 지원받을 수 있는지를 안내받은 후 이런저런 서류에 사인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사이 마음이 벅찼다. 상담유형을 선택하거나 사인하는 건 힘들지 않았지만 '특이한 일을 시키는 귀찮은 민원인', '공식적으로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는 느낌이었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 느끼면서도 묘했다.
마지막으로 '국민행복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했는데 없으면 신청해야 했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또 뭐가 남았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했다. 아무 은행에서나 신청이 가능하다고 하여 행정복지센터에서 나오자마자 길을 걸으며 온라인으로 카드를 신청했다. 이 한 고비를 미루면 결국 상담을 포기할 것 같았다. 더운 여름 햇살 아래서 땀 흘리며 카드를 신청하고야 집에 도착했다.
카드가 오길 기다리는 동안 문자로 바우처 사용이 가능한 상담센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포털'에 들어가서 서비스 기관을 검색했다. 어떤 기준으로 어디를 골라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우선 거리 순으로 봤다. 홈페이지 반응속도가 느려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집 근처였으면 좋겠는데 도보로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같은 구에 환승 없이 갈 수 있는 곳을 몇 군데 찾았는데 이다음에 어떻게 정해야 할지 어려웠다. 영리도 있고 비영리도 있는데 둘 중 어느 곳이 나은 건지, 상담자 수에 비해 이용자 수가 많은 곳은 좋은 건지 아닌지 고민하다 마지막으로 네이버와 인스타에 검색했다. 검색해도 정보나 리뷰가 거의 없었다. 나만의 기준으로 최신에 개업해 공간이 깔끔하고 마음건강 지원사업에 대해 인스타 게시글도 업로드해 둔 곳으로 정했다. 바로 전화해볼까 싶다가도 카드가 없어 상담이 안될 테니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카드가 오는 데까지 며칠, 드디어 상담센터에 전화해 약속을 잡았다. 개운하면서도 아쉬웠다. 상담센터를 찾아가기까지 시간이 조금 흐른 상태라 그 사이 감정이 얼추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은 감정을 잘 갈무리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걸 기대하며 상담일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