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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Nov 19. 2024

나도 내가 낯설어질 때

세 가지 준비를 동시에 하는 건 생각보다 벅차다

결혼 준비, 이사 준비, 창업 준비와 일까지 겹친 근 2주간 처음 보는 나와 마주했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다. 더 좋을 날을 위한 과정이라는 걸 알고 사실 내가 벌인 일인데 감당하기 벅차다. 확실히 이상하다고 느낀 건 자기 전 갑자기 눈물이 날 때였다. 할 일을 계획하고 그걸 지워 나가는 게 편한 사람이었는데 할 일이 너무 많아 뭐 하나 지운 거 같지도 않으니 저녁이 되면 불안과 우울이 몰려왔다. 아침엔 분명 파이팅이었는데 저녁이 되면 눈물이 났다. 그전까지는 울면 후련해 털어버렸다고 느꼈는데 요즘은 눈물샘에 눈물이 계속 차있다.


이성적으로는 나를 위한 과정이라는 걸 알지만 감정적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전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결혼 준비를 하면서 이성적으로는 자녀를 처음으로 독립시키는 아빠의 서운함이 이해된다. 감정적으로는 여러 변화에 놓인 나를 이해해주지 않다고 느껴 더 서운하고 섭섭하다. 아름다운 이별이란 없는 걸까 싶어졌다.


우선 물리적으로 떨어져야겠다는 생각에 예상보다 조금 더 빨리 이사 준비를 시작했다. 고작 방 한 칸이니 금방 끝날 거라 믿었는데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다. 하루 중에 방 정리에 할당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적이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역사가 방 한 칸을 가득 채운 것이니 당연한 건데도 차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단순하게 짐을 싸려고 노력했다. 미련이 남으면 들고 가고 아니면 버리고. 잘 버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들고 가는 게 더 많다.


이사를 하고 나서도 이 동네에 적응하려 힘을 써야 했다. 생애 처음으로 와본 동네라 쉽지 않다. 심지어 집(본가)으로 가는 길도 헤맨다. 이 버스는 어디로 가고 어떤 버스정류장에서 타야 하는지 복잡하다. 한 번은 이제 다 알겠다며 자신하며 버스를 탔는데 환승을 잘못했다. 한 정거장만에 깨닫고 내렸는데 하필 도로가 공사 중이라 버스정류장이라 표기된 곳에서 버스가 안 섰다. 지도를 봐도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눈물이 났다.  두 대를 지나쳐 보내고 집에 가는 걸 포기했다. 길을 잃어버렸는데 모든 걸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힘들다는 건 알았는데 스트레스에 이렇게 취약해진 줄 몰랐다. 작은 실수나 잘못을 아무렇지 않게 극복할 에너지가 줄어들었다. 이런 내 모습이 너무 낯설다.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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