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프니 병원을 가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어디를 가야 하는지 막막했다. 병원, 상담센터, 상담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들이라 어떻게 검색을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유일하고 알고 있던 정보는 지자체나 국가에서 운영하는 마음 건강 관련 사업이 있고 비용을 지원해 준다는 거였다. 저걸 이용하면 어떻게든 되겠다 싶어서 우선 '마음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시작했다. 의외로 원하는 정보가 빨리 나와 상담도 금방일 것 같았다.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 '청년 마음이음' 등이 있었다.
그럼에도 상담센터를 가기까지는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으로 지원받을까 해서 문의를 남겼는데 예산이 모두 소진되어 하반기에 다른 공고로 신청해야 된다고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럼 마음이 갑자기 아플 땐 어떡해.' 싶었다. 막막했다. 다행히도 곧 상반기 끝나니 하반기까지 조금만 더 참아보자 했다. 울컥 감정이 올라와 눈물도 화도 많아졌지만 그냥 버텼다. 마음속에 은은하게 독가스처럼 퍼진 분노를 버티려 했다. 안 됐다.
지원사업이고 뭐고 일단 살자 싶어서 집 근처 상담센터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마음이 평소와 달라 힘듭니다.' 다음 날에 전화가 왔다. 남겨준 글을 보고 전화를 했다며 나의 상태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평소와 다르다고 하셨는데 어떤 감정을 느끼고 계실까요?"
"아침엔 잘해보자 싶다가도 자기 전엔 막막하고 눈물이 나요. 결혼준비며 창업준비며 신경 쓸 게 많다 보니 힘든 것 같아요."
여러 질문이 더 오갔고 최대한 담담하게 내 상황을 전달했다. 상담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예약을 위해 상담사 분이 연락을 준다고 했다. 상담 일정은 그 분과 맞추면 된다고 하여 전화를 기다렸다. 그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 이삿날이 다가왔고 이사를 하면 센터와 너무 멀어져 꾸준히 방문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상담사 분과 통화를 했지만 예약을 잡진 못했다. 상담받고 싶은데 일정이 미뤄지니 마음이 더 답답해졌다. 혹시 다른 구의 센터와 연계되어 있는지, 그 센터의 상담사 분과 예약을 잡을 수는 없는지 여쭤봤는데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 방문할 거라고 전달은 가능하지만 그렇게는 안된다고 하셨다. 똑같은 방법으로 예약을 잡아야 했다.
이사 갈 구의 상담센터를 검색했는데 글을 쓰기까지는 또 어려웠다. 글을 쓰고 연락이 오면 내 상황을 몇 문장으로 전하고 상담사와 연결되어 예약을 잡는 과정이 벌써 지난했다. 그 사이에 하반기가 되었고 '전 국민마음투자사업'이라는 공고가 보였다. 이 사업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정신건강복지센터, 대학교상담센터, 의료기관 등에서 의뢰서를 받아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도 위의 과정을 해야 했다. 예산이 빨리 소진돼버릴까 봐 망설일 틈도 없었다. 한 고비만 넘겨보자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