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
"오빠, 나 사회성 체력이 떨어졌나 봐."
집 밖에서 사회생활하는 데 사용하는 체력을 '사회성 체력'이라고 한다면 결혼 전 나는 사람을 만나 '충전'되는 쪽이었다. 그런데 3시간 남짓 남편의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묵직한 피곤함을 느꼈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달라지다니 스스로 너무 의아했다. 결혼을 해서 그런지 30대가 돼서 그런지 체력의 방향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결혼하고 이런 순간이 이번만은 아니다. 신혼여행에서 혼자 온 여행객과 함께 자유시간을 보내야 하는 때에도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오빠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컸다. 또, 결혼 전부터 재미있게 교류했던 동네 이웃들과의 모임에도 약간의 의무감이 더해졌다.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 다른 사람과의 관계보단 오빠와의 시간이 더 중요해졌다.
결혼을 결심하면서 이런 '변화'를 경계했다. 결혼 전과 후가 똑같은 사람이고 싶었다. 이제 생각해 보니 그게 더 이상한 건데 그때는 변화가 두렵기만 했다. 결혼이 이때까지 쌓아 올린 나의 가치관과 세상을 엎어버린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변화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걸 안다. 내 세상을 갈아엎는 게 아니라 더 크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걸 느낀다.
결혼해서 다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줄었다기보단 2인 가구가 되어 새로운 가구의 형태에 적응하는 중이다. 다양한 사람과 새로운 대화를 많이 나누어야 만족했는데 지금은 이를 둘이서 나눠도 충분하다. 식재료를 손질해 따뜻한 한 끼를 차리는 재미, 매일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누는 재미로 일상을 새로움도 더한다. 이에 적응하고 나면 삶의 화살표가 어디로 어떻게 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내가 원하는 일상을 잘 꾸려 나갈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