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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는 것을 새로움으로 받아들이자."

영화 <서브스턴스>를 보고

by 다정

연휴가 시작하는 주말, 남편이 된 오빠와 오랜만에 영화관 데이트를 했다.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산책도 하며 오빠와 긴 대화를 나누었다. 일상을 함께 지내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영화를 통해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기니 새삼 데이트 같았다. 한참 동안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에 집중하며 생각이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꽉 차올랐다.


함께 본 영화는 <서브스턴스>인데 '더 나은 당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하는 강렬한 질문이 관통하는 영화다. 젊고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으로 어디까지 가게 되는지 그 끝까지 가보는 내용이었다. 나중에는 고어함이 심해져서 볼 수 있는 장면은 많지 않았지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만큼 강렬하게 와닿았다.


영화 속 새롭고 젊고 아름다운 나를 이기지 못한 주인공 엘리자베스를 보면서 '나는 나이 듦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벌써 어렵다. 심지어 지금도 거울 속 내가 예전과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주름진 얼굴, 전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을 보면서도 여전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머리로는 '불가능한 것을 갈망하기보단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아껴주자.'라고 생각하지만 참 어렵다.


"나이 드는 것도 새로운 거야! 나이 드는 서로를 새롭게 바라봐주자."


내 이야기를 한참 듣던 오빠는 문득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나이 드는 게 새로운 거라고? 나이 드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껴주는데만 집중했기에 저 말에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는 새로움을 쫓아서 계속 변하고 있는데 나이 드는 우리도 계속 새로워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어떨지 물었다. 계속 새로워지는 나라니. 그렇게 생각하니 나이 듦에 따른 변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았다. 또,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변화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서로가 있기에 가능할 거 같았다.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따뜻해졌다. 거울을 보며 어제와 달라진 모습을 찾더라도 더 나은 나를 쫓기보다 새로운 내가 되었다고 생각해야지. 오빠 덕분에 매일 새로운 나를 조금은 어여쁘게 봐줄 수 있을 거 같다.


영화보기 전 타코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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